정부가 북한의 '핵무기 보유 및 6자회담 무기 중단 선언'에 대해 전혀 대비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안보기관의 대북정보 분석력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제 공은 북한쪽에 가 있다. 6자회담은 이제 속도를 생각할 때"라면서 북한의 응답을 촉구하는 자세를 보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정부 관계자들은 이르면 3월 안에 제4차 6자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해왔다. 정 장관은 북한의 성명이 나온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긴급 소집했지만 이미 체면이 손상된 뒤였다. 11일 방미 중인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도 북한성명에 대한 첫 반응으로 "개인적으로 놀랍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반 장관 일행은 10∼14일의 방미 일정에서 '어떻게 북한을 6자회담에 조기에 나오게 하는가'에 대해 초점을 맞춰 왔다. 그러나 북한의 돌발성명으로 주의제와 의미가 급변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4일 "북한이 회담에 복귀하기를 원한다는 모종의 신호를 보내 왔다"며 근거 없는 주장을 폈다. 이에 대해 한 외교전문가는 "북핵 문제의 본질과 북한의 심리에 천착했다기보다는 관리만 잘하면 된다는 안이한 인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마이클 그린 미 국가안보회의 선임국장이 한·중·일 3국을 돌면서 '북한이 폐연료봉 처리를 끝냈다'는 정보를 제시한게 북한을 자극했다는 시각이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가능성을 보이다가 돌변하기도 한다"며 "북핵 상황은 북한이 주된 변수가 아니냐"고 반박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