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마지막날 터진 북한의 핵보유 선언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융시장은 '경기 조기회복 기대감'이 더 큰 재료로 작용하면서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종합주가지수가 하락하고 환율과 금리가 급등하는 등 한때 금융시장이 술렁거렸지만 북핵 파장은 그리 크지 않았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금리가 11일 하룻동안 0.2%포인트 이상 급등한 것은 국채 발행물량 증가 등 공급요인 외에 국내 경기가 예상보다 뚜렷한 양상으로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투자자들의 판단이 주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주식시장에서도 외국인들은 일부 우려와 달리 지난 7일에 이어 순매수세를 지속,북핵 사태를 대수롭게 여기지 않고 있음을 보여줬다.


여기에 국내 개인투자자들도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순매수에 나서 주가지수 9백40선을 받쳐줬다.



○북핵 리스크에 내성기른 증시


북핵 리스크에도 불구,11일 증시는 탄탄한 모습을 나타냈다.


특히 외국인이 예상과는 달리 대규모 순매수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코스닥시장도 상한가가 79개에 이르는 등 전날의 강세기조를 이어가 북핵의 '무풍지대'였다.


거래소시장은 북핵파장을 우려해 종합주가지수가 4.9포인트 하락한 선에서 출발,오전 한때 마이너스 7포인트까지 하락폭이 확대됐다.


그러나 개인들이 반발매수에 나선 데다 외국인 매수세까지 유입돼 하락폭은 1포인트대로 줄어들었다.


낮 12시께 선물과 현물 가격차에 따라 움직이는 프로그램 매물이 대거 쏟아지며 지수가 또다시 13포인트 이상 급락했으나,외국인이 우량주를 대거 매수하며 지수를 받쳐 결국 약보합 수준에서 끝났다.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는 1천억원을 넘었다.


코스닥지수는 약보합으로 출발했으나 곧바로 상승 반전,하루종일 강세를 이어갔다.


북핵 리스크가 무색할 정도였다.


외국인이 2백76억원어치 이상 순매수한 데다 기관도 매수에 가담해 장 후반으로 갈수록 상승폭이 확대됐다.


이날 시장 상황을 지켜본 전문가들은 "강세장에 대한 믿음이 굳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북핵 문제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던 외국인이 대거 순매수에 나선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원기 메릴린치증권 전무는 "외국인이 과거 경험을 통해 북핵 문제는 심리적 재료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식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국인이 최근 한국 비중을 줄여놓은 사이 주가가 강세를 보이자 오히려 다급하게 사들이기에 나서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환율 급등…달러 강세가 주요인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한때 직전거래일에 비해 12원30전 급등한 1천38원50전까지 치솟았다.


북핵리스크보다는 설 연휴 중 엔·달러 환율이 1백4엔대에서 1백6엔대로 급등한 데다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이 1천40원선을 넘어선 데 따른 영향이란 분석이 우세했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축소될 것이라는 기대가 달러를 강세로 전환시키면서 원·달러 환율에도 본격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것.


이진우 농협선물 부장은 "북핵은 전반적으로 금융시장에서 크게 작용하는 것 같지 않고 엔·달러 환율 상승폭에 비하면 원·달러 환율이 오히려 오르지 못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급등세는 오후 들어 엔·달러 환율이 다시 1백5엔대로 내려가자 상승폭이 7원으로 줄어들었다.


원화값이 북핵보다는 엔·달러 환율의 변동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받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여기에 수출업체들의 달러 매물이 이어진 데다 지난 7일에 이은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수까지 가세해 원·달러 환율의 급등행진 속도를 조절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금리는 최근 급등세의 연장선


이날 채권 금리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표금리인 3년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연 4.5%선에 육박했다.


하룻새 무려 0.19%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5년물과 10년물도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개장 초 보합권에서 출발한 국고채 금리는 매물이 쏟아지며 오전 중 연 4.40%선을 돌파한 데 이어 오후 들어 4.50%까지 넘보는 수준까지 급등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금리 급등이 북핵에 따른 국가리스크의 확대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시각은 거의 없다.


김일구 랜드마크 투신운용본부장은 "채권시장 투자자들은 한국 경제가 확실한 회복가도에 들어섰다는 쪽으로 생각을 완전히 바꾼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보다는 채권시장의 수요공급 문제와 경제 회복,내주 금융통화위원회에서의 콜금리 동결 가능성 등의 변수가 채권시장을 매도 분위기로 돌려세웠다는 설명이다.


지난 2003년 3월 SK글로벌 사태가 터졌을 때는 가계부채 문제에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 정부간 갈등,이라크 전쟁 임박이라는 대형 악재들이 줄줄이 겹치면서 국고채 금리가 연 4.6%대에서 5.2%대로 급등했었다.


한편 뉴욕 금융시장에서 한국의 외평채 가산금리는 2013년 만기물이 0.72%포인트에서 0.75%포인트로 상승했고 2014년 만기물은 0.62%포인트에서 0.64%포인트로 올랐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 관계자는 "하루 0.02∼0.03%포인트 상승한 것을 보면 북핵 사태가 작용한 것 같지만 과거처럼 큰 충격을 주는 정도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정종태.김용준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