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이 실시한 설문 조사의 주요 대상은 40대가 61.5%,30대 후반이 27.0%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 가운데 소득별로는 연봉 4천만원 이상이 80.7%에 달했다. 경제적으로 비교적 여유가 있고 직장 내에서도 안정된 지위를 갖고 있는 간부들이다. 하지만 자신의 실질적인 직장 정년을 묻는 설문에 '45세 이상 50세 미만'이 42.6%,'45세 미만'이 8.2%로 나타나 절반 이상이 50세를 넘어 회사를 다니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55세 이상'은 2.9%에 불과했다. 중견 간부를 대상으로 한 조사였음에도 불구,'장차 CEO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응답 비율이 39.3%로 의외로 높게 나온 것도 이 같은 조기퇴직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임원이 돼도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판에 감히 CEO를 꿈꿀 수 있겠느냐"면서 "직장생활의 눈높이를 현실적으로 조정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중 43.3%는 자녀에 대한 사교육비로 월 평균 '50만원 이상 1백만원 미만'을 지출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다음은 △50만원 미만(34.9%) △1백만원 이상 2백만원 미만(17.6%) △2백만원 이상(4.2%)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이에 따라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을 덜고 자녀들의 조기 유학을 위해 세칭 '기러기아빠(아내와 자녀들을 해외에 보낸 뒤 국내에서 번 돈을 보내주는 사람)'가 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21.7%의 응답자가 '상황에 따라 판단하겠다',18.9%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10명 중 4명 이상이 기러기아빠가 될 각오를 하고 있는 셈이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조기 유학 바람이 불면서 이미 적지 않은 동료들이 기러기아빠 신세가 돼 있다"면서 "술자리에서도 흔하게 나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응답자들은 향후 '해외이민을 갈 생각이 있느냐'는 설문에는 더욱 적극성을 보였다. '기러기아빠가 싫다'는 응답은 57.0%에 달했지만 '이민을 갈 생각이 없다'는 대답은 37.3%에 그쳤다. 이민을 검토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 역시 자녀 교육문제였다. 국내 경제가 최악의 상황을 벗어났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가운데 대기업 간부들은 향후 경기를 낙관하는 이유로 △주요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45.2%) △각 경제 주체들의 분발(30.3%)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24.5%) 등의 순으로 대답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