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19:07
수정2006.04.02 19:09
지난해말 이후 미국의 달러약세 정책이 지역주의 움직임과 단일통화 도입 논의를 촉진시키고 있다.
이미 지역주의는 유럽경제권과 미주경제권,아시아경제권간의 3대 광역경제권 체제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추세가 역력하다.
그동안 유럽과 미주경제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아시아지역에서도 달러약세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동시다발적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중심으로 다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남은 21세기 세계경제질서는 3대 경제권간 협조와 갈등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3대 경제권간에 협조가 강조될 때는 자유무역이 확산되면서 세계경제가 성장국면에 놓이게 된다.
반면 3대 경제권간 갈등이 심화될 경우 보호무역이 확산되면서 세계경제는 침체국면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통화 질서는 여전히 세계기축통화인 미국 달러화와 이제는 달러화에 버금되는 유로화,현재 공동 연구가 진행 중인 아시아 단일통화간의 3극(極) 통화체제가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아시아 지역에 있어서는 기존의 엔화,위안화보다는 새로운 단일통화를 도입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우리나라와 일본,중국이 중심이 돼 논의돼 왔다.
여러 방안이 검토됐으나 유럽지역에서 성공리에 정착되고 있는 유로화를 모델로 해서 아시아 유로화를 도입하는 방안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온 상태다.
세부적인 실천방안으로 검토된 내용을 보면 아시아 유로화 도입의 사전단계로 아시아통화제도(AMS)에 의해 각국간의 통화가치를 일정범위내로 수렴시킨 뒤 아시아중앙은행(ACB)을 설립해 경제여건이 비슷한 국가부터 우선적으로 단일통화를 도입·확대시키는 '단계별 밴드제(two or three-way band system)'를 추진하자는 안으로 요약된다.
문제는 유럽지역과 달리 아시아 국가간에는 경제력 격차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아시아 지역처럼 경제력 격차가 클 경우 단일통화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회원국간의 환율·금리·물가·재정수지면에서 경제적 수렴조건을 충족시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적인 제약여건에 봉착해 있는 상황에서 지난해말 이후 미국의 달러약세 정책이 아시아 지역에 집중됨에 따라 이 지역에 속한 국가간의 공동대응 차원에서 새로운 아시아 단일통화인 '엔민폐'를 도입하자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엔민삐(Yenminbi)란 일본 엔화의 'Yen'과 중국 위안화인 'Renminbi'의 합성어를 말한다.
현실적인 여건도 어느 정도 충족돼 있다.
경상거래면에서 아시아 국가들의 교역은 중국과 일본이 양대 중심국이다.
자본거래면에서는 엔화 자금과 위안화 자금을 차입해서 쓰는 아시아 국가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엔민삐 도입방안이 의외로 빨리 진전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아무래도 우리로서는 엔민삐보다는 아시아 유로화를 도입하는 안이 유리해 보인다.
만약 엔민삐가 도입될 경우 모든 아시아 지역의 협력방안에 있어서 우리가 제외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북아 협력과제를 국정의 최우선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현 정부의 관련 정책당국자들은 최근의 엔민삐 도입주장과 앞으로의 논의과정을 예의 주시해 우리 국익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