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이 1천5백억원 규모의 경매펀드를 불과 10분만에 판매하자 경매펀드들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질 태세다. 그러나 경매 전문가들은 경매펀드 투자 열기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경매펀드가 매입할 수 있는 물건이 제한적인데다 수익률을 맞추기도 어려워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한다는 지적이다. ◆경매펀드 봇물 움직임 경매펀드 판매 성공에 고무된 현대증권은 여세를 몰아 2호 펀드의 출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금융기관들도 경매펀드 판매를 위한 검토작업에 착수했다. D경매정보제공업체 관계자는 "현대증권의 성공 이후 여러 증권사 자산운용사들이 경매펀드의 도입에 대해 자문을 요청해 왔다"고 말했다. 다만 현대증권이 지난해 12월 말부터 4개월간 배타적 판매권을 확보하고 있어 경쟁사들이 당장은 펀드를 판매할 수 없다. 따라서 배타적 판매기간이 끝나는 올 4월 이후에는 준비를 마친 경쟁업체들의 펀드 상품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경매전문가들 우려의 목소리 경매 전문가들은 경매펀드 열기에 높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무엇보다 펀드가 편입할 수 있는 경매 부동산이 적어서다. 경매펀드들은 취득·관리·처분 등의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소형 물건보다는 10억원 이상의 중대형 물건에 우선적으로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경매정보제공업체인 디지털태인에 따르면 지난해 경매 물건 중 감정가 10억원 이상 물건은 전체의 2.3%에 불과하다. 전체 경매 물건의 77% 이상이 감정가 1억원 미만의 소형 물건이다. 뿐만 아니라 감정가 10억원 이상 물건 중에서도 권리관계나 임대차관계의 문제가 없어 기간 내 원하는 수익을 달성할 수 있는 물건은 20%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디지털태인은 추정했다. 이동중 디지털태인 사장은 "너도 나도 경매펀드를 한다고 나설 경우 우량 물건 확보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매펀드가 약속하는 수익률(8∼15%)을 달성하는데도 걸림돌이 많다. 우선 수수료 부담이 크다. 일반인들이 경매를 통해 물건을 취득할 때 내는 수수료(취등록세,컨설팅수수료,법무비용,명도비용)는 낙찰금액의 7.5% 정도다. 그러나 경매펀드의 경우 신탁보수수수료(3.12%)를 더해 10.62%의 비용이 발생한다. 현대증권이 판매한 펀드의 경우 증권사 등이 4년동안 가져가는 수수료만 1백87억원이다. 또 낙찰후 명도,리모델링,재임대 등에 1년 정도가 소요돼 상당기간을 수익없이 허송세월할 수 있다. 더욱이 경매물건은 선점하거나 독점할 수 없어 몇 개월이 지나도 물건을 취득하지 못할 수도 있다. 매입을 서두르다 보면 취득가격이 올라가고 기대수익률은 떨어지게 된다. 부동산써브의 송동원 부사장은 "현재의 경매시장 여건하에서 8∼15%의 수익률은 상당히 지키기 어려운 약속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