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을 겪어봐선지 요즘 사람들은 소지품 관리에 꽤 신경쓰는가봐요.센터로 들어오는 분실물이 눈에 띄게 줄었거든요. 귀중품일수록 더욱 그런 것 같고." 서울 지하철 3호선 충무로역 유실물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강인숙씨(45)는 분실물과 관련한 최근의 세태변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불황을 견디려는 노력 때문인지, 분실물이 점차 줄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가 이같은 감소추세를 증명하고 있다. 서울 지하철 공사(1∼4호선)가 최근 3년 간의 분실물 접수실태를 집계한 결과 2002년부터 작년까지 지하철에서 잃어버린 물건들은 매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3만3천9백34건이던 분실물 접수 건수는 2003년 3만2천4백53건으로 줄었고,지난해에는 2만9천1백65건으로 뚝 떨어졌다. 특히 이 같은 감소세는 지하철 1시간 연장운행이 본격 시행된 기간에 나타난 것이어서 실제 감소폭은 더 크다는 분석이다. 지하철 연장운행으로 이용 승객이 늘어나 분실사건 발생확률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반대의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지하철공사 측은 이를 경기침체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하철공사 관계자는 "승객들이 물건 하나라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다"며 "불황을 극복하려는 모습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무엇보다 현금분실이 줄었다. 2002년에 접수된 총 분실현금액수는 3억5천여만원이었다. 이것이 2003년에 2억6천여만원으로 떨어진데 이어 지난해에는 다시 2억4천여만원으로 줄었다. 물건을 찾아가려는 주인들은 늘었다. 도시철도공사(5∼8호선)에 따르면 분실물을 찾아가는 비율이 2002년 63.1%에서 2003년 71.4%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도 79.9%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지하철에서 습득한 물건을 주인에게 돌려주려 하기보다는 자신의 주머니에 넣어버리는 경우도 늘어나는 추세다. 1호선 시청역 유실물센터 직원 조순동씨(44)는 "물건을 잃어버렸다는 신고 전화는 오히려 최근에 30∼40% 늘어났는 데도 유실물센터에 접수되는 건수는 줄어들고 있다"며 "아무래도 남의 물건을 가져가는 사람들이 증가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악착같이 찾으려는 경향은 강해진 반면,습득자가 슬쩍하는 경우도 많아진 게 아니냐는 얘기다. 도시철도공사 박석승 과장(45)은 "어쨌든 물건을 찾아야겠다는 의지가 예전보다 강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