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70억~1백30억원이 투입된 대작 한국영화들이 올해 잇따라 개봉된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스릴러 '혈의 누'(제작비 70억원·4월말 개봉 예정)를 비롯 극한지대에서 펼쳐지는 공포 스릴러 '남극일기'(80억원·5월),이순신 장군을 소재로 한 판타지 '천군'(80억원·7월),한국 최초 여류 비행사의 삶을 다룬 '청연'(1백억원·가을),해적을 소재로 남북 대결을 그린 액션 '태풍'(1백30억원·12월),발해 멸망의 비화를 다룬 사극 '무영검'(80억원·12월) 등이 그것이다.
한국영화 평균 제작비(42억원)의 2~4배 정도가 투입되는 이들 작품은 지난해 1백억원 이상 들어간 대작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가 1천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데 따라 높아진 관객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획됐다.
'실미도'와 '태극기…'가 흥행에 성공한 것은 대규모 물량 투입과 컴퓨터그래픽을 활용한 액션 장면들을 대거 삽입한 것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 작품 이후 전통적 흥행 전략을 고수한 영화들은 흥행 부진을 면치 못했다.
'어린 신부'와 '말죽거리 잔혹사'가 간신히 관객 3백만명을 넘겼을 뿐 대부분의 영화들은 1백만~2백만명에 그쳤다.
한국영화 수출이 일본 등 아시아 시장에서 확대되고 있는 것도 대작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대작들이 흥행에 실패할 경우 제작 투자사가 큰 타격을 입고 한국 영화 전반이 침체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02년 1백억원 이상의 제작비를 들여 만들었으나 흥행에 실패한 '성냥팔이소녀의 재림'을 제작 투자한 튜브엔터테인먼트는 소형 업체로 전락했고 '아유레디'를 만든 눈엔터테인먼트는 3년 동안 차기작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