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록 부경대 법학과 교수 > 몇해전 한 중년의 아주머니가 연구실을 방문했다. 문을 두드리고는 조심스럽게 들어가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가끔씩 법률자문을 원하는 주민들이 있기에 필자에게는 낯선 모습은 아니었으나 아주머니는 처음 찾는 대학교수의 연구실이기에 어려운 듯했다. 아주머니 이야기는 이렇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변호사 사무실을 방문,상담을 했는데 매우 친절하게 이것저것 설명을 잘해줬다고 했다. 그래서 아주머니는 이 사건을 맡아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그 변호사는 현재 맡고 있는 사건이 진행중이라 곤란하니 다른 곳에 의뢰를 하라고 하더란다. 인근의 다른 모든 변호사 사무실에서도 같은 대답을 들었다고 한다. 큰 맘 먹고 '변호사를 사려'고 했는데 살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유를 확인해보니 비록 승소를 하더라도 아주머니가 받을 수 있는 금액이 변호사 수임료보다도 적게 나온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느 변호사가 자신의 사건을 맡으려고 했겠느냐는 볼멘소리였다. 결국 소송자체를 포기할 마음을 굳혔지만 마지막으로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어 필자를 찾았던 것이다. 현재 국내에는 사법제도 전반에 관한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가 구성돼 있다. 사개추위는 지난해 사법개혁위원회(사개위)가 결정한 미국식 법학전문대학원의 도입과 국민의 직접적인 사법참여제도 등 발전적인 사법개혁을 구체화하기 위한 임무를 맡고 있다. 사개위 활동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사개추위는 사개위의 논의 외에도 실질적인 사법개혁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특히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 걸맞은 제도의 선진화 및 효율화와 더불어 주권자이자 이용자인 국민들이 원하는 사법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미국의 경우 우리에게는 생소한 소위 '딱지전문변호사'와 '사내변호사'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딱지전문변호사는 운전중 받은 소위 딱지를 운전자 대신 처리해 주고 그 수수료를 받는 변호사다. 법률서비스는 이렇듯 귀찮고 사소한 영역까지 미쳐 있다. 사내변호사는 기업 임직원으로서의 변호사를 말한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법률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외부변호사를 활용할 때보다 효율이 높다. 대부분의 외부 변호사는 기업에 대한 정보가 충분치 않기 때문에 신속한 문제해결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받기 위해 사내변호사를 보유하게 된다. 미국 기업들은 이미 1970년대부터 사내변호사의 업무 영역을 확대해 왔다. 그 결과 GE와 같은 대기업에는 1천명에 가까운 변호사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미국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1990년대 이후 사내변호사에 의한 전략적인 법률보좌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일본 전자업체들이 외국기업들을 상대로 공격적 특허전략을 구사할수 있는 것도 사내변호사들에 의한 철저한 법률검토작업을 거쳤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최근 우리의 현실은 법조인의 전문화 국제화는 물론 법률서비스 확대를 위한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아직도 연구실을 찾는 아주머니의 행보는 그치지 않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기업경영의 책임과 관련된 각종 소송제도의 도입 등으로 신속한 기업 활동의 추진에 많은 위험요인이 증가하고 있다. 결국 우리도 사소하고 귀찮은 부분에서부터 기업의 복잡한 법률문제에 이르기까지 기꺼이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전문법조인이 절실하게 필요한 실정이다. 따라서 올바른 사법개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사회 각계각층에서 전문법조인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느 곳이라도 전문 영역을 넓혀가는 게 바람직하다. 전·현직 판·검사들이 대기업의 사내변호사가 되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많은 우려를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이 보다 생산적인 대국민 법률서비스의 완성을 위한 변화의 한 모습이라고 한다면 이를 무조건 부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