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려는 사람은 많은데 매물이 모두 회수돼 거래가 끊겼습니다." 기존 8개 단지(34만평)를 골프장과 인공호수를 갖춘 30∼60층 높이의 1개 대단지로 재건축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가격이 평형별로 5천만∼2억원가량 급등,지난 2003년의 10·29 부동산시장 안정대책 이전 가격을 뛰어 넘었다. 또 강남구 청담동,서초구 잠원동 등 주변의 다른 한강변 아파트들도 덩달아 수천만원씩 뛰었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초고층 재건축의 실현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재료만 믿고 추격매수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압구정동 10·29대책 이전 가격 넘어서 개발기본계획 변경을 통해 60층 높이의 재건축을 시도하고 있는 구(舊)현대,신(新)현대,한양,미성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중개업소들은 지난해 최저점과 비교할 때 평형별로 5천만∼2억원 정도 올랐다고 전했다. 현대아파트 48평형의 경우 호가는 12억5천만원선을 형성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말 11억원에 비해 1억5천만원 오른 가격이다. 또한 '10·29대책' 이전 가격(11억5천만원)보다도 1억원이나 높은 선이다. 인근 명문공인 관계자는 "1월 중순부터 가격이 오르기 시작해 설 전후로 급등했다"며 "주인들이 매물을 모두 회수해 살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한양아파트도 비슷한 수준으로 급등하면서 '10·29대책' 이전 가격을 회복했다. 37평형의 경우 지난해 최저점 대비 1억원 정도 상승해 10·29 이전과 비슷한 8억원선을 호가하고 있다. 미성아파트도 최저 9억원이던 56평형이 11억원으로,5억원이던 32평형은 6억원으로 뛰었다. 미성공인 관계자는 "이곳 주민들은 고층 재건축의 성사 가능성을 50 대 50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청담동·잠원동도 덩달아 들썩 압구정동의 여파로 다른 한강변 아파트까지 들썩이고 있다. 강남구 청담동과 서초구 잠원동의 아파트값도 덩달아 급등했다. 잠원동 한신2차,한신4차,대림,우성아파트 등의 호가가 새해 들어 3천만원 안팎 올랐고 청담동 한양,삼익아파트 등도 매물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다. 잠원동 H공인 관계자는 "한강변 아파트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10% 이상 상승하고 있지만 초고층 재건축의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한 만큼 추격 매수는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초고층 재건축 가능할까 압구정 단지의 재건축 추진은 아직 초기 단계다. 재건축을 하려면 '기본계획 수립→구역지정(정비계획 수립)→추진위원회 설립→안전진단→조합설립→사업시행인가' 등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현재 압구정 재건축은 기본계획조차 수립되지 않은 상태다. 주민들이 서울시가 만드는 기본계획 내용에 대한 건의 차원에서 초고층 재건축 안을 내놓았을 뿐이다. 즉 안전진단 등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 많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해당 지역은 수변경관 지구인 데다 기존 도로를 없애야 하는 난제 등이 버티고 있는 곳"이라며 "적어도 안전진단은 통과해야 실현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강남구청은 초고층 재건축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서울시나 건설교통부는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압구정에 초고층 재건축을 허가해 주면 한남동,여의도동,이촌동 등도 일제히 초고층 건립을 추진할 것이 뻔하다"며 "특혜 시비에 휘말릴 소지가 커 허가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성근·서욱진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