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 자녀가 있는 집의 아침 풍경은 비슷하다. "일어나라"고 깨우는 엄마와 "알았어요" 하곤 돌아눕는 아이 사이에 한바탕 승강이가 벌어지고,겨우 몸을 일으키면 화장실에 들어가 안나온다. 답답한 엄마가 "아직 멀었니" 해보지만 소용없고,그러다 보면 지각할까봐 차려놓은 아침밥도 못먹고 뛰어나간다. 대학생이 되면 아침나절엔 아예 일어날 생각조차 안한다. 수험생도 아니니 내버려두면 한낮에 일어나 밤늦게 돌아오는 바람에 하루 한번 얼굴 보기가 힘들 정도다. 아버지는 이틀사흘씩 못보는 수도 있다. 중고생이건 대학생이건 늦게 일어나는 이유는 한 가지.한밤중까지 깨어 있다 새벽녘에야 잠드니 아침에 몸이 말을 안듣는 것이다. 밤 1∼2시에 통화를 하거나 인터넷 채팅을 하는 것도 예사다. 통금사이렌이 울리고,전기를 아끼려 일찌감치 불을 꺼야 했던 시절에 자란 중장년층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지만 젊은 세대는 "남들도 다 그런데 뭐가 문제인가"라고 반문한다. 잠이 안오는데 어떻게 일찍 자며 졸린데 무슨 수로 일찍 일어나느냐는 얘기다. 남편은 야근과 회식으로 늦고,아내는 이런 남편과 아이들을 기다리느라 잠 못드는 걸까. 24시간 영업점이 늘어나고,온라인이 시·공간의 제약을 없앤 까닭일까. 시장조사기관 AC 닐슨이 미국 등 28개국 사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인들이 포르투갈과 대만 사람들에 이어 세계 3위의 올빼미족에 올랐다는 소식이다. 올빼미족이 된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중학생만 되면 밤 12시까지 학원에 다니는 등 공부하느라 밤잠을 설치는 게 커서도 몸에 밴 데다 쇼핑과 레저 모두 야밤까지 즐길 수 있고,인터넷과 휴대폰 덕에 낮밤 구분 없이 일하고 놀 수도 있게 됐으니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라는 얘기 자체가 진부할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이 노동방식을 바꾼다 해도 출퇴근 시간은 여전하고,개인차를 감안해도 집중력과 창의력은 아침에 높다고 한다. 성장호르몬은 밤 10시부터 1시 사이 깊게 잠들었을 때 가장 잘 분비되고 야근이 암 발생 확률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습관 탓만 말고 올빼미족에서 벗어나봄직한 이유는 이밖에도 많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