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인수 열기는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컨소시엄 수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접수 마감일인 14일 LOI를 낸 컨소시엄은 무려 14개에 달했다. 여기에 컨소시엄 파트너로 참여한 기업까지 포함하면 이번 인수전에 직.간접적으로 뛰어든 국내외 기업은 40~50곳에 이르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최근 법정관리 기업 매각에서 보기 힘든 경쟁 양상이다. 이날 LOI를 낸 기업에는 국내 내로라하는 식품.주류업체들이 망라돼 있으며 해외 대형 주류업체 및 투자펀드 등도 대거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방 소주업체와 소주병 병뚜껑 등을 납품하는 원.부자재 납품 업체들도 인수전에 가세했다. ◆지방 소주·병뚜껑 업체까지 이날 인수의향서를 낸 기업은 롯데 두산 CJ 동원 대상 하이트맥주 오리온등 대형 식품·주류업체와 태광산업 대한전선 대한도서상품권 무학·금복주 등이 참여한 오리엔탈 컨소시엄 JP모건 CVC 등 모두 14곳이다. 롯데는 평소 우호적인 관계에 있는 일본 아사히맥주와 컨소시엄을 구성했으며 CJ는 일본 기린맥주를 포함한 국내외 업체들과 합종연횡했다. 두산 컨소시엄에는 소주 병뚜껑을 제조하는 계열사인 삼화왕관오리콤 등이 참여했으며 외국사와 추가 컨소시엄 구성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 동원과 대상도 각각 김재철 회장과 임창욱 명예회장의 강한 인수 의지에 따라 이번 인수전에 나섰다. 동원은 특히 일본 소프트뱅크와 손을 잡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 소주회사인 무학과 금복주는 소주병 제조사인 금비 동양제철화학 뉴브릿지캐피탈 어피니티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진로의 최대 담보채권자인 대한전선도 리먼브러더스증권과의 협의를 통해 컨소시엄을 구성,인수전에 참여했다. 외국계 투자회사인 CVC(씨티벤처캐피털),JP모건파트너스 등도 단독으로 참여했다. 이름이 확인되지 않는 재미교포펀드도 의향서를 제출했다. ◆진로 인수에 사활 건다 국내 대형 식품·주류 업체들이 한결같이 진로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갖고 있는 진로 '참이슬'을 내세웠을 때의 '유통파워',진로재팬 등에서 볼 수 있는 '해외시장' 개척 가능성,인수 실패시 예상되는 '입지 위축' 등이 그것이다. 인수에 나선 업체들은 이 같은 요인 중에서도 '유통파워'에 주목하고 있다. 진로를 인수할 경우 '참이슬'을 내세워 유통업체와의 힘 겨루기에서 막강한 '유통 교섭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농심이 '신라면'을 통해 확보하고 있는 유통파워를 진로 '참이슬'을 통해 누리고 싶어하는 게 인수전에 나선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반대로 경쟁업체가 진로를 가져갈 경우 그만큼 시장 입지가 줄어드는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대상과 하이트맥주는 각각 CJ와 두산의 인수를 막겠다는 방어적 성격도 띠고 있다. 진로는 식품·주류 업체들이 최근 화두로 내걸고 있는 글로벌라이제이션 전략과도 잘 맞아 떨어진다. 일본 희석식 소주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진로재팬과 더불어 중국 러시아 등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진로발렌타인스의 데이비드 루카스 사장이 "마케팅만 힘쓰면 멕시코 '테킬라'를 능가하는 국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한 말도 같은 맥락이다. ◆진로 예상 인수금액은 진로 입찰에 14개사가 참여를 희망하면서 인수가격이 높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 나돌고 있는 진로의 예상 매각가격은 대체로 1조5천억∼2조5천억원 정도이나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최대 3조원 안팎까지 보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진로의 시장점유율이 더 이상 높아지기 힘들고 부채도 3조원 이상인 점을 들어 2조원 이상에 낙찰받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진로 인수전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실사 등 정밀분석을 통해 진로 임직원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합리적 수준에서 입찰에 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진로가 높은 가격에 팔릴 경우 채권자인 골드만삭스와 대한전선이 혜택을 볼 것으로 보인다. 윤성민·손성태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