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상승의 시작이다" 리먼브러더스 윤용철 상무는 증시가 이제 상승의 본궤도에 올라섰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메릴린치 이원기 전무는 "한국증시의 장기소외 현상은 이제 끝나가는 국면이고 주가는 오를 일만 남았다"며 보다 적극적인 평가를 했다. 증시전문가들은 수급개선 경기회복 기대감 및 저평가가 주가를 끌어올리는 주요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중 저평가를 첫째로 꼽는다. 올 들어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아직도 싸고,그래서 주식을 사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사실 한국증시는 미국이나 일본증시에 비해 턱없이 '홀대'를 받아왔다. 한국증시의 PER(주가수익비율)는 7.8배로 미국(16.0배)이나 일본(15.9배)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중국(10.6배)보다도 훨씬 낮다. PER가 낮다는 것은 기업실적에 비해 주가가 낮게 평가되고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현재의 PER를 적용할 경우 자본금이 동일한 한국 기업과 미국 기업이 똑같은 규모의 순이익을 냈어도,미국 기업의 주가가 2천원이라면 한국 기업의 주가는 1천원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스프링을 세게 누르면 더 많이 튀어 오르듯 증시의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평가 해소에 대한 기대는 한국증시의 아킬레스건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용어가 시장밖으로 밀려 나가고 있는 데서 잘 나타나고 있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 연휴기간에 폭탄선언을 했지만 시장이 다시 열린 지난 11일 외국인은 1천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설연휴 전에 1천7백억원어치를 사들였던 추세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물론 14일에도 9백2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보다는 저평가의 매력이 훨씬 더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증권 오 연구위원은 "미국 인텔과 삼성전자의 PER를 비교해보면 삼성전자의 주가는 1백만원을 훨씬 웃돌아야 한다"며 "한국증시가 본격적으로 재평가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보면 종합주가지수 1,000선 돌파는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저평가 해소작업은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현대모비스 등 일부 종목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급등하고 있지만,이 같은 추세는 여러 종목으로 확산될 것으로 추정한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주주중시 경영의 확산과 글로벌기업이 증가하고 있어서다. 삼성전자의 뒤를 이어 현대자동차 LG전자 ㈜SK 등 글로벌기업이 속속 태동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삼성SDI 등 부품업체들도 세계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이 사들이는 종목이 삼성전자 일변도에서 다른 종목들로 분산되고 있다는 것은 시장전체가 업그레이드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또 배당액이 급증하는 등 주주중시 경영이 확산되면서 매력적인 시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저평가요인 해소→외국인 매수→시장규모 확대→시장 레벨업'의 선순환 구도가 이제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물론 단기적으로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북핵문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근심거리임에 틀림없다. 또 1,000선의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수급의 질이 달라지고 있고,경기가 바닥권에서 이제 막 벗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한국증시는 본격적인 상승세 초입에 와 있다고 할 수 있다. "16년 만에 박스권을 상향돌파할 절호의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B&F투자자문 김석규 대표)는 말이 결코 뜬구름잡는 소리가 아닌 셈이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