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제약의 김광호 영업 마케팅 총괄 신임 대표이사(58)는 제약업계에서 '영업통'으로 꼽힌다. 김 대표이사는 보령제약에 입사하기 전 바이엘코리아와 사노피 신데라보에서 30년간 줄곧 영업직을 맡았다. 그는 탁월한 영업능력을 인정받아 바이엘코리아에서는 전무까지,사노피 신데라보에서는 본부장을 거쳐 부사장까지 역임했다. 특히 매출이 1백억원에도 못 미치던 사노피 신데라보를 9년 만에 1천6백억원 규모로 키우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그는 최근 사노피 신데라보가 아벤티스와 합병하면서 회사를 떠나 지난 11일 대표이사로 보령제약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김상린 현 대표이사와 함께 '2톱 체제'를 구축,보령을 이끌어가게 됐다. 김상린 대표이사는 생산,수출,연구개발 등을 맡으며 김광호 대표이사는 영업 마케팅을 맡게 된다. 취임하기가 무섭게 영업 마케팅 강화 전략을 준비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김 대표를 서울 원남동 보령제약 집무실에서 만나봤다. "언젠가 국내 제약회사에서 일하고 싶었는데 이제서야 꿈이 이루어졌네요. 30년간 다국적 제약사에서 쌓은 노하우를 활용해 보령제약을 다국적 제약사와 경쟁할 수 있는 회사로 거듭나게 하겠습니다." 김 대표는 1975년 건국대 수의학과를 졸업한 후 영업사원으로 바이엘코리아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83년 마케팅 부장으로 유한양행 자회사인 유한에스피로 옮길 때까지 8년동안 현장을 돌아다니며 영업맨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유한에스피에서 신제품을 기획하면서 활약하고 있던 지난 86년 바이엘코리아로부터 러브 콜을 받았다. 어려워진 회사를 일으키는 데 도움을 달라는 주문이었다. 당시 바이엘코리아는 뒤떨어지는 마케팅 능력으로 인해 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회사 사정이 나빠지면서 노사 분쟁까지 겹치고 말았다. 그는 영업본부장을 맡아 대대적인 개편에 나섰다. 기존의 방대한 거래처를 일일이 챙기는 대신 중요한 거래처에 역량을 집중토록 했다. 불필요한 인력을 줄이고 우수한 인력을 과감히 영입했다. 바이엘코리아가 2년 만에 흑자로 돌아서는 데 한몫을 톡톡히 해냈다. 그는 96년 영업마케팅 부사장으로 사노피 신데라보로 또다시 옮겼다. 사노피 역시 적자 누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었다. 한 달 매출이 7억원을 겨우 넘길 정도로 마케팅 능력에 문제가 있었다. 그는 회사를 위기에서 살려내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3천6백여개에 이르던 거래선 가운데 4백개를 추려내 집중 공략했다. 약국과 개인병원은 과감히 포기하고 종합병원 중심으로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영업부서의 인력을 철저히 분석해 각자의 능력에 맞는 보직을 맡겼다. 이러한 노력이 서서히 빛을 보기 시작했다. 1백억원에도 못 미치던 연간 매출이 5년째인 2001년 5백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1천6백억원에 이르렀다. 김 대표는 보령에서 또 한번의 성공 신화를 쓰겠다고 벼르고 있다. 올해는 겔포스엠,용각산,우황청심원,맨담네오 등 4대 주력상품에 마케팅력을 집중 투입키로 했다. 특히 올해로 발매 30주년을 맞은 겔포스엠을 앞세워 보령제약의 제품과 기업 이미지를 동시에 고양시킨다는 전략이다.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하고 다양한 홍보 채널을 발굴,젊은 세대를 집중 공략해 나가기로 했다. "보령제약은 우수한 제품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마케팅을 강화해 4년 내에 국내 5위권으로 진입시킬 것입니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를 보령에다 모두 투입할 것"이라며 "사원들로부터 존경받는 최고경영자(CEO)로 기억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