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서울대 교수가 사람 난자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내면서 바이오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정부도 미래 성장동력으로 바이오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2003년에는 LG생명과학이 개발한 항생제 '팩티브'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약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IT(정보기술) 분야에 비해 바이오 분야의 위상은 보잘 것 없다. 우리나라 IT 기업들은 단기간 내에 제품을 개발,일종의 기동성으로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바이오 분야는 기동성보다는 지구전을 필요로 한다. 1999년 벤처 붐이 일면서 2002년 말까지 6백여 바이오 벤처가 설립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 바이오 벤처에 대한 투자는 거의 중단된 상태다. 미국에서 바이오 분야에 전문 투자하는 벤처캐피털을 통해 우리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한 해답을 찾아보려고 한다. MPM이란 벤처캐피털은 바이오 벤처 투자에 대한 우수한 운용실적을 앞세워 2002년 말 9억달러의 바이오 전용투자 펀드를 다시 모집할 수 있었다. '도구(tool)'를 개발하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고 '제품(product)'을 개발하는 기업에만 투자한다는 것이 MPM의 성공 비결이었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신약 진단키트 등 팔리는 물건이 '제품'에 해당하며 그러한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유전자 검색법 등이 '도구'에 해당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바이오 벤처 가운데 대다수는 '도구'를 개발하고 있다. '제품'을 개발하는 데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실패할 위험성이 높아 '도구'를 팔려는 쪽에 관심을 쏟기 때문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같은 현상에는 창업투자회사에도 책임이 있다고 본다. 5년 만기 펀드를 가지고 투자 후 3~4년 만에 투자금 회수를 노리는 상황에서는 불가피했던 것이다. 창업투자회사들이 투자금을 3~4년 내에 회수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는 바이오 벤처에 대한 투자를 중단해 버린 것이다. 미국의 벤처캐피털 운영진들은 실무경험을 활용,투자 회사의 이사회에 참여하면서 경영에 적극 기여한다. 그러나 우리 창업투자회사들은 투자자로서 단순 감시자 역할밖에 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개별 회사에 투자한 지분이 적기 때문에 경영에 직접 관여할 명분이나 실리도 적었던 것이다. 미국 사례를 통해 볼 때 바이오 육성을 위해서는 만기 8~10년, 최소 5천만달러 규모로 단기 차익이 아닌 장기 투자전략을 세울 수 있는 바이오 전문펀드를 설립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와 관련, LG생명과학의 '팩티브' 개발과정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LG 같은 대기업도 항생제의 임상과정에 드는 비용을 모두 부담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원래 미국 유수 제약회사에 기술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개발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바이오 벤처에 대한 초기 투자 후 계속적인 경영을 위해서는 기술 이전,대기업과의 합작 등 전략적 방안을 강구해야 하며 전문 펀드에 이런 일을 대신할 만한 전문가가 참여해야 할 것이다. 바이오 분야 전용 벤처펀드 설립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