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군은 36개월 된 남자 아이다.


의사 소통을 위한 언어를 사용하지 못하고,가끔 '그게 아니야' 등의 문장을 말하지만 의미를 전달하려는 것은 아니다.


또래에게도 관심이 없다.


아주 단순한 일에만 몰두한다.


아빠 엄마와도 상호작용이 거의 없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도 그저 줄만 맞춰 놓는다든가 굴러가는 바퀴만 쳐다보는 등 반복적인 것만 즐긴다.


전형적인 자폐장애 사례다.


자폐장애는 이처럼 전형적인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벼운 장애부터 심각한 정도에 이르기까지 매우 넓은 증상 범위를 갖고 있다.


가벼운 자폐장애는 언어 발달상의 문제도 적고,지능도 정상적이지만 사회적 관계 형성 능력에만 문제가 나타난다.


반면 심각한 전형적 자폐장애의 경우에는 언어를 전혀 사용하지 못하고,지능도 지체돼 있으며,행동문제와 사회성 결핍을 보인다.


다음과 같은 증상을 보이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사회적 상호작용의 질적 장애


가장 특징적인 것은 사람에 대한 반응 장애다.


유아기부터 어머니와 눈을 맞추지 않는다거나 소리를 들을 수는 있으면서도 고개를 돌려 쳐다보지도 않는다.


안아줘도 좋아하지 않고,어머니를 보고도 안아 달라는 자세를 취하지 않는다.


정상 아동들은 태어난 지 2∼3개월이면 주변의 자극에 웃는 반응을 보이지만 자폐아들은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생후 6∼7개월이 되면 정상 아동들은 어머니가 눈에 보이지 않거나 떨어지면 찾거나 우는 행동을 하지만 자폐아들은 그렇지 않다.


정상적인 경우 8∼9개월쯤 되면 낯선 사람과 낯익은 사람을 구별할 수 있지만 자폐아들은 다르다.


낯선 사람들에게도 아무 거리낌없이 잘 안긴다.


혼자 두어도 울지 않고,잘 노는 것 같아 순한 아이로 잘못 인식되기도 한다.


놀이방이나,유아원에서도 항상 혼자 지내고 또래 아이들에게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청소년기에도 친구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


신체적으로는 발달하기 때문에 성적인 면에 관심을 갖기도 하지만,서로 공감할 수 있는 이성관계는 형성되지 않으며 정상적으로 결혼하기는 아주 어렵다.


○언어와 대화의 장애


대부분 자폐 아동들은 언어구사 능력이 떨어지거나 또래 아이들에 비해 늦다.


언어를 사용하더라도 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혼자 중얼거리기도 하고,노래도 부르지만,누가 곁에서 말을 걸면 적절하게 답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유아기부터 옹아리가 거의 없거나 아예 소리조차 내지 못할 경우 흔히 자폐증으로 연결된다.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하는 능력도 한참 떨어진다.


'나' 또는 '너'를 혼동하기도 한다.


말을 하더라도 억양이 전혀 없다.


나이가 들면서 어느 정도 언어구사 능력이 발달하지만 언어의 숨은 뜻을 이해하지는 못한다.


농담이나 비유를 이해할 정도에 이르기는 극히 어렵다.


○행동발달의 장애


자폐아들은 행동상의 발달에도 이상이 나타난다.


놀이 형태가 정상아들과는 다르다.


의도가 있는 놀이가 없고,모방놀이가 이뤄지지 않고,상상력이 필요한 놀이는 불가능하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도 기능이나 목적에 맞게 놀지 못하며 아주 단순하면서 기계적인 양상을 띤다.


일렬로 배열하거나 같은 색깔로만 모아두고,크기 순서대로 나열만 한다.


이것이 흐트러졌을 때는 불안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변화에 대한 저항도 심해 항상 일정한 것만 고집하기도 한다.


항상 같은 길로만 가거나,집안에서 가구 위치를 옮기면 떼를 쓰기도 한다.


일상생활에서도 이러한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