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대규모 의류도매상을 경영하던 Y씨(당시 45세)는 지난 2001년 부도가 나자 평소 친분이 있던 S씨에게 자신의 물류창고에 불을 내달라고 부탁했다. 보험금을 타면 20억원을 준다는 전제에서였다. S씨는 각각 1억원씩을 주기로 하고 폭력배 2명을 고용했다. 이들은 Y씨의 창고에 휘발유를 부어 방화했다. 당시 창고는 66억원의 화재보험에 가입해 있던 상태.화재후 Y씨는 5억7천만원의 보험금을 탔으며 추가로 33억원의 보험금을 타려다 지난 2003년 경찰에 검거됐다. 화재보험 가입이 의무화되면서 방화를 수단으로 하는 보험범죄 또한 급증하고 있다. 특히 화재는 각종 증거가 모두 사라짐으로써 현장조사를 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정황상 방화로 추정되는데도 원인불명이나 누전추정 등으로 감식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많다. ◆방화 수법=화재는 크게 방화와 실화로 나뉜다. 고의성이 있으면 방화고 없으면 실화다. 과거에는 실화를 위장한 방화라 해도 그 수법이 아주 단순했다. 휘발유 등 인화성 물질을 살포하고 성냥이나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최근엔 방화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하고 있다. 가장 많은 경우가 전기배선 및 배선기구를 이용하는 것.이상징후가 있는 콘센트나 플러그 등을 사용하거나 고의로 전기배선을 잘못해 누전을 유도하는 경우다. 가스렌지 석유스토브 가스난로 석유난로 등 연소기를 사용하는 방화도 많다. 연소기 주변에 가연성 물질을 배치,화재를 유도하기도 한다. 또 TV 냉장고 세탁기 전자렌지 등 가전제품을 화재에 이용하기도 한다. 주목을 끄는 것은 촛불 담뱃불 용접불씨 모기향 등 미세한 불씨를 방화에 이용하는 경우.이것을 이용할 경우 잔해가 남지않아 발화 원인을 입증하기 힘들다. 특히 이 재료들은 불을 켜 놓은 후 일정 시간이 흐른 다음 화재로 연결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촛불의 경우 최장 10시간이 지나야 불로 옮겨 붙는다. 모기향불은 8시간,담뱃불은 30분가량 걸린다. 이 시간을 이용,범인들은 현장부재증명(알리바이)을 만들기도 한다. 최근엔 쥐를 이용한 방화도 등장했다. 범인들은 창고에 먹을 것을 모두 치운 다음 쥐 1백여마리를 풀어 놓았다. 시간이 지나 배가 고파진 쥐들은 닥치는 대로 갉아대기 시작,전선줄이 벗겨졌다. 누전이 발생했고 창고는 전소됐다. 누가봐도 누전에 의한 화재인 것처럼 위장,보험금을 받아낸 셈이다. ◆대책=화재수사는 방화인지,실화인지를 구분해 내는 것이 우선이다. 이를 위해선 수사 기술을 전문화·고도화하는 것이 필수다. 화재 감식 전문기관을 설치,전문요원을 양성하는 것도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이들로 하여금 지능화되는 방화 현장에서 물증을 찾아내도록 해야 한다. 특히 화재 현장을 보전,초동수사에 집중해야 한다. 보험회사들은 화재의 의도성 여부,화재로 인한 득실관계,피해자의 보험가입 여부 등을 면밀히 따져 방화인지 실화인지를 규명해 내야 한다. 이와함께 단기적으로 사건을 종료하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사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