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국회에서의 경제분야 대정부 질의 응답은 출자총액제한제 집단소송제 등 기업관련 법안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현격한 시각차를 느끼게 했다. 국가마다 친기업적 환경조성에 경쟁하듯 나서고 있는 지금 우리만 아직도 소모적인 논란을 벌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운 심정이다. 정부 여당이 엊그제 발표한 공정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좀더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거나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국회에서 나왔지만 정부는 폐지는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세계 어느 곳에도 없는 제도를 두고 재벌의 선단식 경영에 대한 과거의 역사적 경험 때문이라는 틀에 박힌 얘기만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 뿐만이 아니다. 증권관련집단소송법 논란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기업들에만 그 책임을 전가시킬 수 없는 과거 분식회계에 대해 일정기간 집단소송법 적용을 유예하는 것이 불가피함을 누차 지적해왔다. 이해찬 국무총리가 국회 답변에서 그 점을 인정한 것은 다행스럽다. 하지만 여당 일각에서는 아직도 그런 유예가 대기업에 대해 혜택을 주는 처사라며 반대하고 있다. 지금 이 문제는 누구에게 혜택을 주고 안주고의 차원이 결코 아니다. 이대로 과거 분식회계 문제를 방치하면 멀쩡한 기업조차 집단소송에서 온전할 수 없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소송남발 가능성을 기업들이 과장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현실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말이다. 우리 국회와는 대조적으로 미국 상원은 얼마 전 집단소송 남발을 막기 위한 집단소송법 개정안을 압도적으로 통과시킨 바 있다. 하원도 이를 지지하고 있어 법안 공포는 거의 확정적이다. 다른 나라도 아니고 집단소송제 원조격인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집단소송제가 그동안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등 그 폐혜가 얼마나 심각했으면 그랬을지 짐작할 만하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에 대해 미국을 세계에서 기업하기 가장 좋은 나라로 만들기 위한 힘찬 발걸음이라고 말하면서 기업개혁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명분보다 경제현실을 고려하는 기업개혁의 의미부터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우리 국회도 더 이상 논란을 벌일 때가 아니다. 과거분식을 정리할 시간을 달라는 기업들의 건의만이라도 이번 임시국회에서 증권집단소송법 개정에 반영돼야 한다. 나아가 이번 기회에 집단소송제가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