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전 9시 서울 구의동 동부지방법원 경매법정. 입찰마감까지 두 시간여가 남았지만 법정 안팎은 경매정보지를 손에 쥔 사람들로 북적였다. 연령층도 20대 초반부터 60대까지 다양했다. 법정 바로 옆에 위치한 모 은행에선 경매보증금을 마련하려는 사람들이 잇따라 뭉칫돈을 인출하고 있었다. 집행관이 입찰개시를 선언한 오전 11시40분께는 3백∼4백명이 법정에 몰려 발디딜 틈조차 없었다. 경매전문가인 김진현 대일건설컨설팅 대표는 "경매시장 분위기가 뜨겁지만 아파트 등 인기있는 물건에만 몰린다"고 설명했다. ◆'구경꾼'도 많아 이날 경매는 오전 11시40분부터 2시간 가량 진행됐다. 한 집행관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오후 12시30분이면 모든 절차가 끝났는데 요즘은 오후 2시쯤 돼야 마무리될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법정 안에는 경매 참가자들 뿐만 아니라 단순 참관인들도 많았다. 재작년까지 외국계 회사에 다니다 명예퇴직했다는 투자자 전익수씨(47·서울 잠실동)는 "명퇴 후 마땅히 갈 곳도 없고 시간도 남아 경매에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경매법정을 찾은 사람들 중 상당수는 경매를 배우러 온 실습생들"이라고 귀띔했다. 수십명으로 추정되는 '구경꾼'들은 경매절차가 모두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는 모습이었다. ◆신천동 아파트 놓고 23명이 경쟁 감정가 5억원인 서울 송파구 신천동 진주아파트(29평형)는 23명이 경합을 벌인 끝에 4억8천2백만원을 써낸 김모씨에게 돌아갔다. 감정가의 96% 수준이다. 김진현 대표는 "분위기에 휩쓸려 종종 시세와 비슷한 수준에서 낙찰받는 경우가 있다"며 "그럴바엔 차라리 급매물을 사는 게 나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명일동 삼익아파트(28평형)의 경우 감정가의 64%(2억4백만원)에서 경매가 시작돼 경쟁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10여명이 응찰하는 데 그쳤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이 아파트 소유자의 채무가 아파트 시세보다 훨씬 낮은 2억4천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채무자가 아파트를 팔아 빚을 갚아버리면 경매로 낙찰받았다 하더라도 헛수고란 설명이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경매물건 소유자의 채무가 많을수록 낙찰자 입장에선 유리하다고 했다. 거여동 우인아파트는 한 동 전체가 통째로 경매에 부쳐졌다. 시행사가 부도를 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초 경매였기 때문에 응찰자가 한 명도 없어 모두 유찰됐다. ◆과열될수록 신중하게 전문가들은 경매시장이 과열될수록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두르다 높은 가격에 낙찰받거나 명도(집 비우기)가 어려운 물건을 낙찰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매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은 우선 2회 이상 유찰됐거나 소유자가 직접 점유하고 있는 물건부터 시작하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대개 토지나 상가보다 아파트 및 빌라 등이 접근하기 쉽다. 세입자가 있는 주택의 경우 전입일(확정일자)이 최선순위 근저당보다 앞서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세입자가 보증금을 배당받기 위해선 낙찰자의 확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명도가 쉽기 때문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