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을 고사하면서 과연 누가 차기 전경련 회장을 맡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경련은 지난 14일 이 회장과의 면담을 기점으로 이건희 회장 추대 카드를 포기하고 새로운 인물을 옹립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 조만간 회장단과 고문 7명으로 구성된 추천위원회도 발족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차기 회장 선출은 이변이 없는 한 강신호 현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건희 회장,구본무 LG 회장,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 등 실세형 회장들이 전경련 회장직에 사실상 관심이 없는 것으로 드러난데다 나머지 후보군 중에서도 뚜렷하게 부각되는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연장자 그룹에 속하는 이용태 삼보컴퓨터 명예회장이나 조석래 효성 회장 등이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나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회장을 오는 23일 정기총회 때까지 뽑아야 하는 만큼 시한이 촉박하다는 점도 강 회장 쪽에 무게를 싣게 하는 요인이다. 현명관 전경련 부회장은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해 문호를 외부에도 개방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현실적으로 외부에서 적당한 인물을 물색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물론 강 회장을 재추대하는 데는 그의 결심을 얻어내야 하는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강 회장은 그동안 기회있을 때마다 80세를 바라보는 고령이라는 이유로 더 이상 전경련 회장을 맡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차기 전경련 회장으로는 재계를 결집시킬 수 있는 실세형 인물이 적합하다는 점도 강조해왔다. 하지만 강 회장이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의 모든 해외순방 일정을 수행할 정도로 왕성한 기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연령은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세형 인물 추대 역시 이건희 회장의 고사로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강 회장으로서는 추천위원회가 자신을 추대할 경우 발언을 번복하는 데 따른 부담을 지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분위기로 봐서는 강 회장을 다시 추대할 가능성이 80%는 넘어 보인다"며 "주변의 권유보다는 본인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