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내가 은퇴하기 전까지는 LG의 사업영역을 침범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15일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그룹 CI 발표회에서도 여전히 LG와의 동업정신을 강조했다. 지난 57년간 이어져온 구·허씨 가의 '아름다운 동업관계'를 계열 분리했다고 쉽게 깨뜨릴 수는 없다는 생각에서다. 사실 허 회장은 그동안 LG그룹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면서도 언론과의 접촉을 극도로 자제해왔다. 구씨는 대외활동을 맡고 허씨는 안살림을 챙긴다는 57년 전 양가의 합의를 철저히 지키기 위해서였다. 허 회장은 그러나 이날만큼은 달랐다. "GS만의 차별화된 사업 선택과 집중을 통해 고유 정체성을 확보해 나가겠다"며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대외활동에도 나서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이제 재계 7위 그룹의 수장이 된 만큼 '은둔의 경영자'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약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날 허 회장이 강조한 사항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GS그룹을 세계적인 에너지·유통 '명가'로 만들겠다는 것과 매출보다는 이익 및 주주가치를 우선하는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것. GS는 우선 주력 사업인 에너지·유통 부문을 한층 강화키로 했다. 전국 3천3백여개에 달하는 LG칼텍스정유의 주유소망과 '보너스 카드'에 담긴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유통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1차 목표다. GS는 이같은 LG정유의 인프라를 편의점과 슈퍼마켓 할인점 백화점 등 4대 유통망을 모두 갖춘 LG유통 및 홈쇼핑 업계 1위인 LG홈쇼핑이 쌓아온 유통 노하우와 시너지를 이루도록 하는데 그룹의 역량을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GS가 추진하고 있는 신규사업도 에너지 및 유통에 포커스가 맞춰져있다. 허 회장은 이날 "현재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에너지·유통과 관련된 신규사업 진출 또는 기업 인수·합병(M&A)을 검토하고 있다"며 신규사업 추진 사실을 공식화했다. 그는 "기존에 영위하지 않은 업종일 경우 M&A 방식이,기존 사업과 관련있는 분야일 경우 독자 진출 방식이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GS의 투자여력은 1조2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GS는 아울러 "단순히 성과만 좋은 기업이 아니라 국내외에서 존경받는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허 회장의 경영방침에 따라 경영 투명성과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정착시키는 데 회사의 역량을 집중키로 했다. 허 회장은 이날 "지주회사인 GS홀딩스는 자회사와 계열사를 지원·감독하는 역할만 맡을 뿐 경영은 각 회사들이 이사회를 중심으로 독립적으로 경영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