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5일 콜금리를 3개월 연속 동결한 데 이어 박승 한은 총재와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경기의 점진적인 회복국면 진입'이라는 일치된 진단을 내놓음에 따라 초저금리 시대는 확실하게 막을 내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경기의 급속한 회복 가능성에 대해서는 유보적 입장을 내놓으면서 최근 연일 급등했던 국고채 금리가 이날 0.12%포인트 하락,그동안의 숨가빴던 급등행진을 멈추는 등 채권시장의 매도 일변도였던 분위기도 진정되는 모습을 나타냈다. ○경기 바닥은 지났지만… 박승 총재는 이날 콜금리 동결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최근 경기는 봄은 아니지만 대한(大寒)은 지난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접어든 것은 아니지만 바닥을 지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표현이다. 박 총재는 최근 발표된 12월 중 민간소비 서비스생산 경기실사지수 등 실물경제 지표가 개선된 데다 주식시장도 호황을 누리고 있고 수출도 견고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 등을 그 예로 들었다. 그는 특히 "경기지표 가운데 예상했던 것보다 더 나빠지고 있는 것은 없다"고 말해 점진적인 회복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이날 국회 답변에서 "내수가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건설경기가 움직이지 않고 있어 본격적인 회복기조에 들었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경기 회복조짐이 숨 길게 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 경기상승 대세 진입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숨기지 않았다. 이 같은 경기인식에 기초해 한은 금통위는 이번달 콜금리를 동결했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는 살아나지 않고 있지만 콜금리를 추가로 인하해야 할 필요성은 느끼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이번 콜금리 동결과 경기회복 기대감에 따라 최소한 수개월 내에 콜금리가 추가로 인하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진 것으로 시장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박 총재는 "1,2월 소비지표가 나온 이후인 3∼4월께나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접어든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경기회복이 지연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음이 감지된다. ○채권시장은 안정 찾을 듯 이미 콜금리 동결을 예상한 채권시장은 동결 자체보다는 박 총재의 코멘트에 주목했다. 지난해 12월과 올 1월 연속해서 박 총재의 '충격발언'으로 채권 금리가 급등하고 매수세가 실종되는 패닉상태에 빠졌던 경험 때문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듯 박 총재는 "금리상승으로 장기 실질금리의 마이너스 현상과 국내외 금리 역전 등 금리구조 왜곡현상은 시정됐지만 금리 급등과 이로 인한 자금시장의 불안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통위는 앞으로도 경기회복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뒷받침하는 방향에서 통화신용정책을 펴나가겠다"며 최근 급등한 금리를 자극하지 않도록 신경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에 따라 이날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0.12%포인트 급락한 연 4.31%에 마감됐다. 작년 11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단기간 채권 금리가 급등한 만큼 시장은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부동산 경기 시각차 이 부총리는 "건설경기가 회복돼야 일자리가 늘어나고,늘어난 일자리가 소비를 촉진시킬 수 있는데 아직 이런 선순환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썩이고 있는 부동산 가격보다 건설경기 회복에 무게를 둔 발언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박 총재는 "금통위에서 부동산 가격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며 "일부 부동산 가격 움직임(상승)이 추세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의 초입단계인지 아닌지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리인하 효과가 산업부문이 아닌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