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국가신용등급 올리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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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석인 한국신용정보 대표 >
1997년 외환위기를 전후해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은 급격한 변동을 기록해왔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중 하나인 S&P의 경우 우리나라에 'AA-'라는 우량 등급을 부여하다가 외환위기를 계기로 97년 10∼12월 사이에 네번의 등급하향 조치를 취해 투기적 수준인 'B+'까지 낮췄다.
그러나 98년 2월∼2002년 7월 사이 다섯번의 등급조정을 거쳐 'A-'수준으로 상향했다.
무디스(Moody's)와 피치(Fitch) 또한 우리나라에 대해 S&P와 유사하게 신용등급을 조정했다.
그러나 2002년 7월 이후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은 3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세계경제가 침체 국면을 벗어나면서 태국 중국을 비롯한 여러 개발도상국의 신용등급이 상향됐지만 우리 국가신용등급은 지정학적 위험에 발목이 잡혀있다.
역으로 생각하면 북핵 문제와 작금의 국내 경제상황에도 국가신용등급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과 정부의 재정상태,대외지불능력이 튼튼함을 나타낸다고도 볼 수 있다.
신용평가회사가 국가신용도를 평가할 때는 정부의 외채상환능력과 상환의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다양한 변수를 살펴본다.
소득 및 경제구조,경제성장 전망,물가안정성,실물경제의 대외 의존도,국제수지·재정 유연성,외채 등 경제 기반의 건전성을 분석한다.
또 경제활동에 관한 법률체계와 행정 및 문화적 관념,정부관료의 경험과 부패정도,정책결정의 유연성,정치적 안정성,정권교체의 영향,전쟁 등 비경제적인 요소가 외채상환능력과 의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 등을 고려한다.
OECD에 가입한 30개국의 경제적 기반을 주요 거시경제지표로 볼 때 우리나라는 중위권 이상에 속한다.
특히 정부의 부채 부담능력이나 외환보유고 대비 외채규모 등의 측면에서는 우리나라가 상위권에 든다.
그럼에도 OECD 가맹국에 대해 S&P가 부여하고 있는 국가신용등급을 보면,체코와 헝가리가 우리나라와 같은 등급(A-)이고 폴란드(BBB+) 멕시코(BBB-) 터키(BB-)만 낮을 뿐 나머지 24개국이 우리나라보다 신용등급이 높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국가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아울러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우리나라에 대해 주로 지속적인 구조조정 추진 노력 여부와 그 성과,남북관계,경제정책 운용방향 등에 관심을 표명해 왔다.
이러한 분야에 관한 이들의 문제제기와 의구심은 우리의 진의나 실상과는 별개로 그렇게 보는 해외의 시각이 상존함을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국가신용등급의 상향을 위해서 정부는 지속적으로 구조개혁을 추진,질적 성장을 위한 잠재력을 배양하는 한편 이러한 정부의 노력과 의지를 대내외에 충분히 알려야 한다.
특히 당면한 북핵 문제의 해결뿐만 아니라 평화정착을 위한 남북관계의 진전을 이뤄야 한다.
최근 북한이 핵보유를 주장했음에도 국제신용평가사들이 우리나라의 신용등급과 등급전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런 지정학적 위험은 우리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남북관계의 변화로 인한 위험을 정부가 철저히 파악,관리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야 한다.
또 경제운용방식에 있어 시장원리를 보다 철저히 추구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투명성과 합리성을 더욱 제고해 대외 신뢰를 높여야 한다.
이달 초 무디스 실사단이 국가신용등급 연례협의를 위해 우리나라를 다녀간 것을 필두로 곧 S&P와 피치도 방한할 것이다.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 및 해결 방안,지정학적 위험의 관리능력 등을 바라보는 국제신용평가사의 시각과 우리 시각 사이의 간격을 최대한 좁히는 것이 국가신용등급 상향을 위한 출발점이란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시각차를 좁히는 노력은 연례협의 때 일회성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