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출신 외국인으로 대한항공에서 근무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부친의 대(代)를 이어 조종사의 길을 걷고 있는 러시아 출신 조종사 형제가 대한항공에서 수년째 한솥밥을 먹고 있는 사실이 확인돼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블라디미르 필라토프 기장(58)과 그의 동생인 알렉산드르 필라토프 기장(47).


블라디미르씨는 97년 5월 대한항공에 입사해 3천7백62시간의 운항 시간을 기록한 것을 포함해 지금까지 총 1만9천3백77시간 비행한 베테랑으로 러시아에서 에어버스 A310 기종을 처음 운항한 경력도 갖고 있다.


동생은 2년여 뒤인 99년 10월에 입사해 형과 같은 직장의 선후배 사이가 됐다. 그러나 형제가 모두 기장으로 일하기 때문에 한 항공기에 탄 적은 없다. 이들 형제의 부친은 러시아 공군 소속으로 2차 대전에 참전했다. 종전 후에는 조종사 양성기관 교관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고 맏형은 아직까지 항공기 조종간을 잡고 있어 일가족 4명이 '하늘의 사나이'인 셈이다.


이들 형제는 대한항공 조종사가 되기까지 수년 간 해외 항공사의 문을 두드렸으나 러시아 출신이라는 이유로 반응은 싸늘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이들을 받아들여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근무소감을 털어놨다.


블라디미르씨는 "대한항공이 러시아 출신 조종사에게 처음으로 기회를 줬으며 이후 아일랜드와 중국,아랍에미리트 등 여러 항공사도 러시아 출신 조종사에게 문호를 개방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인천=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