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경영' 중소기업 잘나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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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러짜리 지폐' '에밀레종 탁본' '오래된 트럼펫' '직접 그린 중국지도'…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중소기업인들이 이같이 자기기업의 성장정신을 나타내는 특이한 상징물을 벽에 걸어두는 사례가 많아졌다.
사업 초기의 굳은 결심과 다짐을 되새기며 어려움을 넘기 위한 '초심경영'인 셈이다.
서울대 실험실 벤처 1호로 코스닥 상장을 통해 7백억원대(평가익)의 대박을 터뜨린 반도체검사장비업체 SNU프리시젼의 박희재 대표(43)는 사무실에 1달러짜리 지폐를 하나 걸어놨다.
서울 봉천 7동 동아벤처타운 2층 사무실에 걸려있는 이 지폐는 지난 99년 스웨덴 볼보의 부품업체인 샤머텍에 정밀 계측장비를 처음 팔고 받은 돈 가운데 첫 인출한 것이라고 한다.
박희재 대표는 "1달러라도 아끼고,달러처럼 전세계 어디에서든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이 때문인지 종업원 5명으로 출발한 SNU프리시젼은 반도체·LCD검사장비 부문에서 일본 업체를 제치고 '작지만 강한' 기업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또 상당수의 중소 엔지니어링업체들이 부도를 내거나 휴폐업을 하는 가운데서도 높은 매출증가율을 보인 도원디테크 윤해균 대표(52)의 사무실엔 봉덕사 신종(에밀레종) 탁본이 걸려있다.
경주 국립박물관에 소장된 이 종의 탁본을 표구해 걸어둔 이유에 대해 "모든 제품을 에밀레종 만들 듯 정성들여 만들고 그 소리가 천년을 울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밝힌다.
도원디테크는 벤처공장을 턴키방식으로 건설해 주는 사업으로 2003년 71억원이던 매출이 작년엔 4백30억원으로 늘어났다.
올해 매출목표는 1천2백억원으로 잡고 있다.
수처리기계업계의 대표적 기업인 청우이엔이의 김양수 대표(54)는 사무실에 오래된 트럼펫을 하나 걸어놨다.
그는 "새벽을 깨우는 나팔수가 되고 싶어 이렇게 걸어놓았다"고 설명한다.
고등학교 때 밴드부를 하기도 했던 김 대표는 수십년간 트럼펫을 불어온 베테랑 트럼펫 연주자.
올 들어 인도네시아에서 약 2천억원 규모의 광동축망설치 사업권을 획득해 관련업계를 놀라게 한 AM2의 최연학 대표(47)의 사무실엔 '부르짖어라'란 현판이 붙어있다.
그는 "지난 1년간 인도네시아에 가서 우리가 작은 기업이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광동축망을 설치할 수 있다고 계속 부르짖은 것이 큰 성과를 거뒀기 때문에 이 글귀를 붙여놨다"고 말한다.
이는 성경에 "부르짖어라.그러면 크고 비밀한 일을 보여주신다"는 글귀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이들 기업인은 "회사에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이 상징물을 보고 있으면 다시 자신감을 얻게 된다"고 입을 모은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