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범죄 뿌리뽑자] ⑤ 법ㆍ제도 정비 시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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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고급 승용차들이 부두의 배에 실리고 있을 때 중무장한 요원들이 현장을 덮친다.한바탕 총격전이 벌어진 후 승용차를 절도해 밀수출하던 범죄조직은 모두 소탕된다.
헐리웃 영화에서 흔히 보는 장면이다.
주목할 부분은 총기를 든 요원들이 경찰이 아니라는 점.이들은 주로 전미보험범죄방지국(NICB)이나 보험사기국(IFC)소속이다. 보험범죄 조사를 전담하는 이들에겐 준사법권도 주어져 있다.
우리나라는 다르다. 보험범죄를 전담하는 조직이 없다. 관련 법률도 없는 상태다.
따라서 보험범죄를 방지하기 위해선 관련 법률 및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관련 법률 및 제도 정비
다른 무엇보다 관련 법률 및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당장 미국의 경우 연방에서는 '연방보험사기방지법'을,각 주에서는 '보험사기방지법'을 제정해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보험범죄에 엄격하다.
보험범죄 전담수사기구도 있다.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전미보험범죄방지국(NICB)은 2백여명의 전직 경찰 및 FBI수사요원을 포함,4백50여명의 요원을 거느리고 있다.
이와 별도로 대부분 주에서는 보험사기를 전담으로 조사하는 '보험사기국(IFB)'을 운영하고 있다.
일부 주에서는 사법권도 부여한다.
영국이나 프랑스 등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보험사기 조사 및 처벌에 대한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분명하다.
불량 재생품이나 중고품을 자동차 부품으로 사용해도 처벌할 근거가 없다.
외국과 달리 보험범죄를 전담하고 있는 기구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보험범죄자에 대한 수사는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전문 조사인력 확충
현재 보험사기를 조사하는 곳은 수사당국을 제외하면 금융감독원,손해보험협회,각 보험사 정도.금감원의 경우 보험조사실 산하에 20여명이 배치돼 있지만 항상 일손이 달린다.
손보협회의 보험범죄방지센터와 각 보험사에서 1백80여명의 조사 요원이 활동하고 있으나 아직은 부족한 상태다.
수사당국의 경우에도 마약수사과처럼 '보험범죄전담과'를 만들 필요가 있다.
아울러 보험범죄 방지업무 종사자의 자질향상 및 공신력 확보를 위한 '보험범죄 조사관'자격을 제도화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특히 수사당국과 금감원,손·생보협회의 상시감시체제를 구축하고 '보험범죄유의자 검색시스템'을 만드는 방안도 추진해야 한다.
◆정보공유 시스템 구축
보험사기단의 경우 일단 사고를 내면 자동차보험 생명보험 건강보험 등을 두루 이용해 사기금액을 늘리곤 한다.
이미 갖고 있던 병도 새로 발생한 병처럼 꾸며 보험금을 타낸다.
이런 범죄가 가능한 것은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근로복지공단(산업재해자),손보사,생보사 등이 전혀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인의 과거 병력만 공유해도 누수되는 보험금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지적된다.
◆신뢰받는 보상체계 운영
기업체 강의를 전문으로 하는 컨설턴트인 J씨는 지난 98년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 골절상을 입었다.
병원에서 깁스를 한 뒤 11일만에 퇴원했다.
병원에서는 "퇴원하면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며 말렸으나 목발을 짚고 생활하면 될 듯 싶었다.
퇴원 후 5개월 동안 목발을 짚고 생활한 뒤 보험사에 보상신청을 했다.
보험사에서는 기업체 강사의 경우 노동부 직업분류 코드가 없다는 이유로 일용잡부의 일당(1만9천원)을 적용했다.
그나마 병원에 입원했던 11일 동안만 보상해 줄 수 있다고 해 20만9천원을 받는 데 그쳤다.
J씨는 "보험사의 이같은 태도도 '나이롱 환자'를 양산하는 한 원인"이라며 "신뢰받는 보상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