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가 뚫려 전국이 하루 생활권이 됐다고 흥분하던 때가 불과 30여년 전인데,이제는 고속철도 개통으로 전국이 한나절 생활권이 됐다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의 행정구역은 과거 수일에 걸쳐 말을 타고 방방곡곡에 왕명을 하달하던 시절의 모습을 여전히 답습하고 있다. 기업들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인수·합병(M&A) 등의 재구조화(restructuring)를 도모하고 있듯이,지방행정에 대한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행정구역의 재편과 혁신이 필요하다. 특히 교통·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라 생활권이 광역화되고 지역경제권이 통합되는 추세에 맞춰 현재 광역시·도의 광역자치단체와 시·군·구의 기초자치단체로 이원화돼 있는 지방행정체계는 광역 경제생활권 단위로 통합,일원화돼야 한다. 이미 90년대부터 본격화된 도시의 교외화·광역화 추세에 따라 도시와 농촌의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행정구역을 넘나들며 출퇴근하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도·농통합시(市)와 같이 시·군 등 기초자치단체들을 지역경제생활권 단위로 통합해 광역시설의 설치 등을 둘러싼 지역이기주의를 극복하고 중복 투자를 막아야 한다. 광역시·도의 광역자치단체간 통합과 행정구역 재조정은 비단 지방재정 운용의 효율성 제고의 필요성뿐만 아니라,지방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규모의 경제 달성을 위해서도 절실히 요구된다. 세계화,지방화시대에 각 지방이 세계 여러 지역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또는 적어도 비수도권 지역이 수도권에 버금가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서로 힘을 합쳐 덩치를 키워야 한다. 국경 없는 개방화시대에 대구 광주 대전과 같이 내륙에 위치한 도시는 포항 목포 평택·당진 군산·장항과 같은 해안 도시와 함께 연합해 발전해야 한다. 대구와 경북,광주와 전남이 통합되고 대전과 충남 지역도 경기,전북과 함께 서해안의 행정구역을 통합,재편할 필요가 있다. 광주 전남 부산 울산 경남 등 5개 광역시·도를 영산강권,섬진강권,낙동강권으로 재편해 남해안의 지도를 다시 그릴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