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130만 대상 EITC(근로소득보전세제) 도입 가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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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층의 소득이 일정수준에 이르지 못할 경우 정부가 이를 메워주는 EITC(Earned Income Tax Credit, 근로소득보전제도) 도입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ITC는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이헌재 경제부총리도 지난 15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 참석해 "상반기 중 연구검토를 마치고 가능하면 연내 입법할 것" 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EITC' 가 올해 정부 세제정책의 가장 큰 핵심 사안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제도 자체가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계층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지난해 소득세율 인하로 촉발된 '고소득층에만 혜택이 집중된다' 는 식의 논란은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문제는 과연 현재 우리 나라 체질에 이 제도가 맞을지 여부. 도입 전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 두 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당장 제도에 필요한 법령 정비가 아닌 예비 타당성 조사에 먼저 착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 'EITC' 어떤 제도인가
'EITC' 란 일종의 '마이너스 조세' 로서 저소득계층을 대상으로 납부할 소득세액이 최저생계비 등을 고려해 산정한 공제액보다 적을 경우 그 차액을 재정에서 메꿔주는 제도로 현재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 시행되고 있다.
이 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근로' 와 연계된 소득지원이라는 것. 즉 '일하는 빈곤층' 에게 혜택이 집중되도록 되어 있어 이들의 소득을 보전해 줌과 동시에 근로의욕을 살리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특별히 일을 안 해도 일정 수준의 소득을 보전해 주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와는 차원이 다른 제도이며 일을 하면 할수록 돈이 많이 주어진다. 예를 들어 소득보전율을 30%로 정할 경우 가구 전체의 월 소득이 100만원인 근로자는 국가에서 30만원을 현금으로 받게 된다.
제도를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되는 것은 '돈'. 정부가 재정에서 자금을 끌어와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
정부가 추산하고 있는 130만여명을 대상으로 이 제도를 시행하면 소득보전율을 얼마로 정하느냐에 따라 연간 2조, 최대 4조원 가량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저소득층을 먹여 살리기 위해 누군가가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것.
이에 따라 운용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정부가 중산·고소득층의 세금부담을 늘리는 방책을 동원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 도입 전 해결해야 할 문제 '산적'
이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그동안 재경부가 제도 도입 가능성을 여러 번 타진했으나 번번이 도입 불가능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도 이 때문.
핵심은 주수혜 계층인 '저소득층' 에 대한 소득파악 인프라.
현재 우리 나라 전체 근로자들 중 세금을 내지 않는 면세점 이하 근로자가 전체의 47%, 자영업자의 경우 전체의 51%가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세금을 낸 적이 없는 이들에 대한 소득자료는 전무한 실정이다.
또 '소득세 포괄주의' 에 기초한 이 제도에 맞게 가구별로 모든 소득과 재산을 과세당국이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현행 소득세 과세원칙인 열거주의를 버리고 포괄주의로 전환하는 작업이 필요하며 개인단위 소득을 부부합산 단위로 파악하는 작업도 필수다.
수십 년을 고수해 온 소득세 체계의 대수술이 수반돼야 하는 셈.
법 체계를 바꾸면 법 집행체계도 전면 개편해야 한다.
특히 50%이상인 면세사업자, 비과세 대상자 등의 소득파악을 위해 세무당국이 인력과 조직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조직이 비대화될 수 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재경부 관계자는 "제도 수혜 계층인 저소득층 대부분이 면세점 이하인데 이들은 세금을 전혀 내지 않기 때문에 국세청이 이들에 대한 소득자료를 새로 마련해야 한다" 며 "소득파악 작업에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가늠할 수 없다" 고 말했다.
■ 도입 검토작업 어디까지 왔나
정부는 지난 1월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 산하에 비상설 기구인 '근로소득보전세제 연구기획단(단장 김태성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을 설치하고 제도 도입에 앞선 타당성 조사에 착수한 상태이다.
기획단은 현재 제도 도입 가능성에 포커스를 맞춘 연구용역을 발주해(한국조세연구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공동수행)놓고 있다. 기획단 관계자는 구체적인 결과는 오는 4월 쯤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써는 제도 도입이 연내에 가능하다, 불가능하다를 꼭 찝어 말할 수 없는 상황인 셈.
연구결과가 '도입 가능'으로 모아질 경우 제도 도입 작업이 급물살을 탈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부정적인 결과가 나올 경우 제도 도입이 한참 뒤로 밀려 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차별시정위원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난 1월14일 태스크포스를 설치해 운영 중이며 4월 중 도입 타당성 검토가 끝나는 데로 구체적인 방향을 정할 예정" 이라며 "현재 검토단계에 있기 때문에 연내 입법여부는 알 수 없는 상황"' 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재경부 관계자도 "아직 제도와 관련한 밑그림이 그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연내에 도입된다 안 된다를 따지기는 어려운 상황" 이라며 "현재 차별시정위원회 차원에서 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며 입법 가능여부는 조사결과를 토대로 결정할 것" 이라고 설명했다.
조세일보 / 김진영 기자 jykim@jose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