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의 싱크탱크인 한국금융연구원 출신들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이 연구소 최장봉 연구위원이 지난달 예금보험공사 사장에 발탁된 데 이어 정해왕 전 원장이 한국은행 산하 금융경제연구원 초대 원장으로 영입되는 등 곳곳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


16일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이 연구원 출신 5명이 학계나 금융관련 공공기관 등으로 자리를 옮겼다.


먼저 최장봉 연구위원은 공모 과정에서 유력후보로 거론됐던 김규복 전 재정경제부 기획관리실장을 제치고 민간 출신으론 처음으로 예보 사장에 취임해 눈길을 끌었다.


감사원장 특별보좌관으로 활동하던 이장영 연구위원도 지난달 금융감독원 국제담당 부원장보로 옮겼다. 그는 앞서 재정경제부 장관 보좌관을 지내기도 했다. 이어 지난 15일에는 정해왕 전 원장이 한은 금융경제연구원장(부총재보)으로 영입됐다.


현 정부의 개혁 브레인으로 꼽혔던 이동걸 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이나 김병덕 기획예산처 기금정책심의관도 금융연구원 출신이다.


대학으로의 진출도 활발하다. 강임호 한양대 교수,정재욱 세종대 교수,고성수 건국대 교수가 금융연구원 출신이며 강삼모 연구위원은 동국대로,한상일 연구위원은 한국기술대학으로 각각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이 밖에 지동현 연구위원은 외환위기 직후 조흥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발탁됐다가 LG카드 부사장 등을 거쳐 다시 연구소로 복귀했다. 또 이건호 연구위원은 조흥은행 리스크관리 담당 부행장으로 활동하는 등 시중은행으로 진출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금융연구원은 전체 연구인력 33명 중 5명이 한꺼번에 자리를 비운 데다 하반기에도 몇몇 연구위원이 대학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고,먼저 5명 안팎의 연구인력을 충원하기로 했다.


금융연구원 출신들이 이처럼 국내 학계 금융관련 공공기관 등에 활발히 진출하는 것은 무엇보다 국내 연구기관 중 금융연구원 만큼 실무와 밀접한 연구에 치중하는 곳이 드물기 때문이다.


서근우 금융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다른 연구소들은 거시적인 부분을 주로 연구하는데 비해 금융연구원은 금융회사 내부의 경영개선 방안 등과 같은 미시적인 데 초점을 두고 있어 전문성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나 시중은행의 연구 용역을 주로 수행해 정책과 업계 두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점도 금융연구원 출신들의 경쟁력"이라고 덧붙였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