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내수관련 지표들이 실제 경기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도.소매 판매액지수 등을 산출할 때 적용되는 업태별 가중치가 지난 2000년을 기준으로 작성돼 최근 매출규모가 커진 할인점이나 홈쇼핑 편의점 등의 영향력이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재정경제부 관계자는 "5년 전을 기준으로 한 통계로는 경기판단이 쉽지 않고 그만큼 거시정책이 헛다리를 짚을 우려도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착시 일으키는 내수소비 통계 대표적 내수지표인 도·소매판매액 지수를 산출할 때 백화점에 부여되는 가중치는 134.2(전체=1,000)로 할인점(114.2)에 비해 20포인트 높다. 실제 매출액은 할인점이 백화점보다 훨씬 크지만 지수에 미치는 영향력은 오히려 작은 셈이다. 실제로 지난 한햇동안 국내 할인점의 총 매출액은 21조4천억원으로 백화점(16조5천억원)을 5조원 가량 웃돌았다. 서로 경쟁관계인 슈퍼마켓과 편의점도 사정은 마찬가지.편의점 매출은 2000년 이후 2.6배 가량 늘어난 반면 슈퍼마켓 매출은 되레 뒷걸음질쳤다. 그러나 도·소매판매액 지수에서 가중치는 여전히 슈퍼마켓(85.3)이 편의점(14.8)보다 약 6배 높다. 게다가 갈수록 쇠락하는 동네 구멍가게나 잡화점 등 기타소매점의 가중치가 568.5로 전체의 절반을 웃도는 반면 TV홈쇼핑 온라인쇼핑몰 등 급성장하는 무점포 소매업 가중치는 계속 낮은 수준(76.6)에 머물러 있다. 할인점이나 홈쇼핑이 호황을 누려도 백화점과 소규모점포가 죽을 쑤면 내수지표는 나쁘게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서비스업 활동동향에 포함되는 도·소매업 지수도 똑같은 오류를 안고 있다. 소매업에 할당된 가중치가 총 111.3인데 이 가운데 백화점의 가중치가 8.8로 할인점(6.6)보다 높고,슈퍼마켓(7.8)도 편의점(1.7)을 크게 웃돌고 있다. ◆통계보완 시급하다 2000년대 들어 할인점과 편의점의 약진에도 이처럼 내수지표에 미치는 영향력이 작은 것은 2000년 당시 업계 판도를 기준으로 가중치가 부여됐기 때문.더구나 가중치가 높게 잡힌 업종이 대부분 매출이 크게 둔화되거나 되레 감소추세인 반면 새로 뜨는 업종은 한결같이 가중치가 낮다는 것도 문제점이다. 업태별 가중치는 5년마다 한 번씩 수정되는데 2005년을 기준으로 한 새 가중치는 2007년이나 돼야 실제 통계에 사용된다. 갈수록 통계수치 왜곡현상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백화점 판매액이 10개월 연속 감소세인 반면 대형 할인점은 22개월째 증가세인데 통계상으론 늘 '부진'일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통계청 관계자는 "매년 업태별 통계 가중치를 바꾸는 게 원칙적으로 맞지만 현재의 인력으론 엄두가 나지 않는 작업"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