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학교의 1등은 대부분 여학생이다. 남녀공학 고교의 반 평균도 여학생반이 높다. 대학의 학점과 직장의 채용시험 성적 또한 여성이 좋다. 지난해 사법·행정·기술고시와 공인회계사 시험 등 8개 국가시험의 수석합격자는 모두 여성이었다. 시험으로 판가름나는 데선 남녀 차이가 없거나 여성이 우수한 셈이다. 1993년 6.3%였던 사법시험의 여성합격자가 지난해 24.4%로 증가한 가운데 올해 사법연수원을 마친 예비판사와 예비판사를 거쳐 새로 임용된 정식 판사의 거의 절반이 여성이라고 해서 화제다. 판사보다 앞서 임명된 신규 검사 역시 36.5%가 여성으로 20대 검사중엔 여성이 더 많다(52.5%)고도 한다. 여풍이 강해지는 건 법조계에 국한되지 않는다. 90년 1.7%였던 행정고시의 여성합격자는 지난해 38.4%로 급증했고,외무고시 합격자 또한 35%에 달했다. 각계 각층에서 여성의 도전은 계속되고 금녀 영역은 무너진다. 국립대의 여교수 비율이 10%에 육박하고 정치권 진출도 크게 늘어났다. 겉으로 보면 조만간 여성시대가 펼쳐질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여풍으로 치면 어느 분야보다 빨리 불었던 교직사회의 경우 여교사 비율에 비해 여성 교장 교감의 수는 턱없이 적다. 공무원 사회에서도 남성은 주사로 시작해 1급이 되는 반면 같은 경우의 여성은 찾기 힘들다. 출발은 성적순인데 과정은 그렇지 못한 셈이다. 기업은 더하다. 국내 10대 그룹의 여성임원은 1%에도 못미친다. 그나마 오너 일가와 외부 영입 스타가 대부분으로 내부 승진을 통해 임원이 된 사람은 실로 드물다. 신입사원 공채에서 여성이 급증하고 승진상의 차별도 줄어 멀지않아 달라질 것이라지만 출산과 육아가 여성만의 부담으로 남아있는 한 간단하진 않을 것이다. 또 여풍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려면 여성의 조직력과 리더십 배양이 필수다. 칼리 피오리나의 낙마 이유로 조직력 부족이 꼽히는 건 시사하는 바 크다. 남성도 그렇지만 여성의 경우 특히 전문성과 조직장악력,당황스런 상황을 견디는 인내심과 추진력을 갖춰야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 '용감한 사람은 비를 맞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비를 피한다'는 말도 있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