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지폐 위조를 막기 위해 한국은행이 추진키로 한 화폐 도안 변경에 대해 승인권을 갖고 있는 재정경제부가 반대,화폐정책을 둘러싼 혼선이 이어질 전망이다. 재경부 고위 관계자는 16일 "위폐 방지는 도안 변경이 아니라 지폐 제작기술 발달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반대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는 특히 "지폐 도안 변경은 재경부 승인 사항이며 한은이 결정할 일이 아니다"라고 전제하고 "정부는 현재 도안 변경을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변경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재경부 관계자도 "위폐 방지를 위해 도안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한은의 말은 기술적으로 검증을 해봐야 한다"며 "도안을 바꿀 때 새 화폐에 들어갈 인물은 누구로 할지 등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생기고 실제 아무런 영향이 없는데도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이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한은이 추진했던 화폐단위 변경(리디노미네이션)과 고액권 발행계획이 유보된 데 이어 도안 변경마저 '공론(空論)'에 그칠 공산이 커졌다. 이에 앞서 박승 한은 총재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미국 일본과 유럽의 많은 나라가 위폐 대책으로 전면적인 화폐 교체를 단행했거나 추진하고 있다"며 "우리도 조속히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보다 하루 전인 14일에는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첨단 위조방지장치를 적용한 새로운 지폐 발행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재경부측에서 화폐 도안 변경계획에 제동을 걸고 나섬에 따라 두 기관간의 조율 결과가 주목된다. 금융계 관계자는 "한은이 화폐 도안 변경을 추진하는 것은 위폐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라며 "재경부는 무조건 반대할 게 아니라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