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도 30,길이 20m의 오르막 눈길을 다 올라섰는가 싶더니 다시 경사도 40은 됨직한 내리막 눈길이 나타났다.


조금 전 하늘로 솟구쳤던 차체는 다시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아찔한 느낌이 들면서 핸들을 움켜쥔 손에서 땀이 흘렀다.


오른쪽 발에 힘이 들어가면서 반사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았다.


순간 네바퀴는 매끄러운 경사면 눈길을 움켜쥐듯하며 미끄러짐 없이 차체의 중심을 잡아줬다.


그때서야 긴 안도의 한숨과 함께 창 밖에 펼쳐진 설원의 풍경이 눈 안에 들어왔다.


핀란드 이발로의 '멜라트랙스(Mellatracks)'테스트 월드.북극권에 인접한 이 곳 오지마을을 볼보 역사상 최초로 8기통 엔진을 장착한 XC90 뉴 V8 차량을 테스트하기 위해 처음 찾았다.


'안전의 대명사' 볼보가 작년 9월 파리 오토살롱에서 선보인 이후 '볼보의 미래를 보여주는 차'라는 찬사를 얻은 럭셔리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는 어떤 차일까라는 기대감으로 발걸음은 설레었다.


눈길 도로주행.5cm 두께로 내려앉은 눈 위를 차체는 미끄러지듯 경쾌하게 내달렸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은 발 끝에 힘을 주자 속도계 바늘이 순식간에 1백km를 지나쳤다.


7초면 1백km에 진입한다던 볼보측의 자랑이 실감났다.


점차 속도를 높였다.


1백20km… 1백50km.순식간에 시속 1백80km에 도달했다.


팽팽한 긴장감으로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눈길이라 신경을 곤두세웠지만 차체는 한치의 흔들림 없이 힘차게 눈길을 헤치며 직선주행 코스를 지나갔다.


어라,이것 봐라.어느새 묘한 안정감이 온몸에 전해졌다.


그제서야 창밖으로 지나가는 시원한 설경에 눈길이 돌아갔다.


이번엔 빙판길 주행.노면상태는 말 그대로 얼음위나 다름없었다.


한 겨울 한적한 국도에서 겪은 결빙의 아찔함이 떠올랐다.


장애물 없는 테스트 코스라는 점을 위안삼아 호흡을 가다듬고 지그재그 코스로 진입,속도를 밟으며 기문을 통과했다.


차체의 미끄러짐과 운전대의 꺾임이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며 곡예하듯 재미가 붙는다.


빙판길 가속실험에선 급브레이크를 잡아도 직선주행이 유지됐고 미끄러짐도 못 느낄 정도다.


절로 탄성이 나왔다.


XC90은 볼보가 2002년 처음으로 시도한 SUV."거칠지는 않지만 남성적이고,공격적이지는 않지만 파워풀하게"라는 컨셉트의 이 도시형 SUV에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자신감을 얻은 볼보가 프리미엄 SUV 최대시장인 미국 공략을 위해 야마하의 8기통 엔진을 얹어 업그레이드한 모델이 바로 XC90 V8이다.


V8 엔진은 3백15마력을 뿜어 내며 저속에서도 강한 토크를 발휘했다.


스웨던 할덱스사의 인스턴트 트랙션 4륜 구동시스템도 세계 최초로 장착해 토크분배와 슬립에 반응하는 시간을 줄였다.


SUV의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전복방지시스템(RSC)을 채용하는 등 안전장치도 보강했다.


RSC는 바퀴속도를 자동측정해 전복을 막는 세계 유일의 특허장치.7명까지 탈 수 있는 패밀리 카로 설계된 것도 장점이다.


운전석 뒷열 중앙에는 앞뒤로 움직이는 슬라이딩식 어린이 좌석이 설치됐다.


볼보 특유의 V자형 본네트,견고한 측면라인,굵은 선의 그릴 등 세련된 디자인도 눈길을 잡는다.


한국에는 4월말 서울 모터쇼 출품을 계기로 시판된다.


가격은 9천만원대.


이발로(핀란드)=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