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골프장에서 홀인원은 몇 개나 나왔을까. 통계가 부실한 다른 부문처럼,한국에 골프가 들어온지 1백년이 넘지만,국내골프장 홀인원 집계는 아직도 정확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만 대한골프협회가 매년 회원사 골프장을 대상으로 홀인원 통계를 낸다. 그러나 이는 전체 골프장의 수치가 아니므로 한햇동안 나온 총 홀인원수는 여전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추정을 할 뿐이다. 협회가 지난해 전국 67개 골프장의 홀인원을 집계한 결과 총 1천8백18개가 기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포함되지 않은 골프장까지 합하면 2천개는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어느 골프장,어느 홀에서 홀인원이 가장 많이 나왔나 아시아나CC(36홀)는 4년연속 홀인원 최다기록 골프장이 됐다. 지난해 이 골프장에서는 1백11개의 홀인원이 기록됐다. 3.3일에 한번씩 나온 꼴이다. 그 다음으로는 레이크사이드CC(54홀)로 73개가 기록됐고 뉴서울과 경주신라CC(이상 36홀)가 각 71개,대구(27홀)와 골드CC(36홀)가 각 62개,오라CC(36홀) 56개,강촌CC(27홀) 54개 순이었다. 홀별로는 아시아나CC 동코스 16번홀에서 19개의 홀인원이 나와 전국 골프장 홀 중 최다홀인원이 기록된 홀로 꼽혔다. 아시아나CC는 동코스 11번홀에서도 18개의 홀인원이 양산됐다. '홀인원을 원하는 골퍼들은 아시아나CC 동코스에서 라운드하라'는 말이 나올법하다. 이어 골드CC 챔피언코스 2번홀과 창원CC 동코스 7번홀에서 17개씩의 홀인원이 기록됐다. 아시아나CC 서코스 13번홀과 5번홀에서는 각각 16개와 15개의 홀인원이 나왔다. 아시아나CC에서 유독 홀인원이 많이 나온 것은 대체로 파3홀의 길이가 짧은 데다 그 난도(難度)도 높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어떤 장비로 홀인원 많이 내는가 일제 '혼마'클럽과 '던롭'볼이 홀인원과 가장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홀인원을 기록한 1천8백18명 가운데 2백46명이 혼마 클럽(아이언)을 사용했다. 또 던롭 볼을 사용한 골퍼는 4백68명에 이르렀다. 클럽의 경우 혼마 다음으로는 캘러웨이가 1백89명,미즈노가 1백40명,S야드 37명,테일러메이드 36명의 순이었다. 홀인원 기록 당시 사용한 클럽번호는 6,7번아이언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홀 길이가 1백20∼1백40m일 때 홀인원 확률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볼은 던롭 중에서도 'DDH'브랜드가 으뜸이었다. 던롭 볼을 사용한 4백68명 가운데 4백18명이 DDH를 썼다. 던롭에 이어 타이틀리스트가 4백12명으로 2위에 올랐고 나이키 1백8명,빅야드 1백7명,캘러웨이 1백5명,볼빅 1백3명 순이었다. ◆어떤 날이 '홀인원 데이'인가 6월과 10월에 각 2백16개,2백9개의 홀인원이 나와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4월 1백97개,5월 1백89개,11월 1백75개,9월 1백73개의 순이었다. 일별로는 6월13일(일)에 가장 많은 17개의 홀인원이 나왔다. 그런가하면 11월20일(토) 아시아나CC에서는 4개홀에서 5개의 홀인원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하루에 두 번 이상 홀인원을 양산한 골프장은 모두 40개를 웃돈다. ◆한 해 두번 이상 홀인원한 경우는 골퍼들이 평생 한번도 하기 힘들다는 홀인원을 지난해 두번씩이나 기록한 행운의 골퍼는 23명에 달한다. 그 중 13명은 같은 골프장에서 두 번의 홀인원을 했다. 특히 마이다스CC에서는 같은 날 한 골퍼가 두 번의 홀인원을 내는 진기록도 있었다. 골프장 대표가 홀인원을 한 케이스도 있었다. 코리아·골드CC 이동준 회장은 코리아CC에서 지난해 7월과 12월 두 번의 홀인원을 했고 서서울CC의 정승환 사장도 10월 홀인원을 기록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 ---------------------------------------------------------------------- < 프로들의 홀인원 행운의 서곡인가? > 지난해 국내 프로골퍼들이 기록한 홀인원은 총 12개다. 국내 남녀프로골프투어에서 8개(남자 3,여자 5),미국LPGA투어에서 3개,일본골프투어에서 1개가 나왔다. 선수들이 홀인원을 할 경우 흥분한 나머지 커트탈락하거나 스코어가 엉망인 경우가 가끔 있으나 지난해 한국선수들은 홀인원을 한뒤 대체로 좋은 성적을 냈다. 홀인원이 '길조'인 셈이다. 미LPGA투어에서는 박지은 장정 김초롱등 3명이 홀인원을 기록했다. 박지은은 지난해 10월 제주에서 열린 나인브릿지클래식을 앞두고 열린 프로암대회에서 생애 첫 홀인원을 한뒤 본대회에서 우승했다. 허석호는 지난 7월 일본골프투어 투어챔피언십 최종일 생애 첫 공식대회 홀인원에 힘입어 5타의 열세를 극복하고 연장끝에 역전승을 거두었다. 국내 대회에서는 '지정홀' 홀인원이 많아 해당 선수들은 상금보다도 '값나가는' 부상을 받고 즐거워했다. 김순희는 한국여자오픈에서 홀인원을 해 우승상금(3천6백만원)보다 더 많은 4천3백여만원상당의 포드 머스탱을 받았다. 연용남은 하이트컵 여자오픈에서 4천6백여만원 상당의 BMW를,조현준은 SBS최강전에서 홀인원으로 6천만원 상당의 렉서스를 각각 받았다. 그 반면 '베테랑' 한명현은 홀인원을 한후 실격당하는 아픔을 맛보았다. 한명현은 지난해 5월 센추리21CC에서 열린 시니어여자오픈 첫날 홀인원을 하며 선두를 질주한끝에 우승한줄 알았으나 뒤늦게 스코어카드를 잘못 적은 사실이 발견되면서 시상식 직전 우승컵을 2위 선수에게 헌납하고 말았다. 또 타이거 우즈는 지난해 마스터스 직전에 열린 파3컨테스트에서 홀인원을 했으나 본대회에서는 97년이후 가장 저조한 22위를 하는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