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B자산운용의 펀드매니저 최민재씨(36)는 오전 5시30분에 일어난다. 눈을 뜨면 습관처럼 TV를 켠다. 전날 밤 뉴욕 증시가 어땠는지 CNN을 통해 체크하기 위해서다. 간단히 아침 식사를 마치면 경제신문을 들고 집을 나선다. 회사에 도착하는 시간은 오전 7시께.곧바로 아침 전략회의에 참석한다. 그날의 주요 이슈와 매매종목 등을 점검하는 시간이다. 9시부터는 분초를 다투는 수익률 게임을 벌여야 한다. 매매 타이밍을 놓쳐 하루에도 몇 번씩 지옥을 오가곤 한다. 오후 3시 장 마감 이후엔 회사를 나선다. 귀가가 아니라 기업 탐방을 위한 발걸음이다. 일주일에 서너 번은 이런저런 투자설명회에 나가 '펀드 세일즈'도 해야 한다. 매일 매일이 '피말리는 전투'의 연속이다. 펀드매니저는 주식시장의 '큰손'으로 통한다. 많게는 수천억원을 굴리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기업들의 주가도 당연히 이들의 손에 따라 좌지우지된다. 이들이 일단 관심을 가지면 1천원짜리 주식이 2천원이 되기도 한다. 증시의 '미더스 손'에 다름 아니다. 억대 연봉자로 인식되면서 여성들이 결혼하고 싶은 상대,취업을 원하는 직업의 상위에 랭크돼 왔다. 물론 화려한 겉모습의 뒤에 고통도 있다. 무엇보다 고객의 돈을 불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려야 한다. 수익률이 저조하면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한순간 스포트라이트를 받다가도 성과가 부진하면 쓸쓸히 퇴장해야 한다. 직장인으로서의 수명도 짧다. 최근 4∼5년간 국내 증시 침체로 적지 않은 펀드매니저들이 현장을 떠나기도 했다. 최 매니저는 요즘 다시 일할 맛이 난다고 했다. "최근 적립식 펀드를 중심으로 간접투자 열풍이 살아나면서 펀드매니저들의 역할도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옛 영광을 되찾을 날이 멀지 않아 보입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