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 입'도 레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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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스펀 약효'가 급속히 약해지고 있다.
전세계 금융시장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79)이 16일 미 상원 금융위원회에서 공격적 금리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지만 증시·외환시장의 반응은 한마디로 시큰둥했다.
'미국의 경제대통령''세계금융시장 조타수' 등의 별명에 걸맞지 않게 그의 의회 증언은 '소문난 잔치'로 끝난 셈이다.
일각에서는 그린스펀 의장이 임기 1년 정도를 남겨둔 상태에서 이미 레임덕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금융시장의 관심도 급속히 그린스펀의 입에서 후임자 쪽으로 쏠리는 모습이다.
◆공격적 금리인상 가능성 시사=그린스펀 의장은 월가는 물론 전세계 금융시장의 관심이 쏠린 금융위원회 증언에서 무엇보다 향후 공격적 금리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그는 "실질적인 연방기금금리가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강조,앞으로도 금리인상 행진이 지속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또 "지난해 6월 이후 연방금리를 1.25%포인트 인상했지만 장기채권 금리가 떨어진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장기채권 금리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수수께끼"라고 주장했다.
그린스펀 의장의 미 경기진단은 기존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다.
견조한 경제성장세 지속,인플레 억제,경상수지 조만간 개선 등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증시·외환시장 반응은 '시큰둥'=경제에 대한 낙관론과 함께 강력한 금리인상을 시사한 그의 발언은 분명 달러가치를 급등시킬 수 있는 큰 호재였다.
하지만 이날 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 환율은 일시적으로 유로당 1.30달러 아래로 달러가 강세로 반전되는 듯 했지만 이내 1.30달러 선으로 올라선 뒤 17일에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엔화 대비 달러가치도 움직임은 비슷했다.
금리인상이 일반적으로 악재로 작용하는 증권시장도 그의 발언을 거의 무시했다.
다우 및 나스닥지수는 약보합으로 장을 마감하는 데 그쳤다.
채권금리는 이날 상승했지만 그가 직접 문제를 제기한 장기채권보다는 단기채권 금리 상승폭이 더 커 그의 발언을 무색하게 했다.
'그린스펀에 맞서지 말라'는 월가의 충고가 먹혀들지 않은 것이다.
힌스데일 어소시에이츠의 투자담당 이사 폴 놀티는 "시장은 그린스펀보다는 경제동향 자체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후임자 누가 거론되나=CNN머니는 최근 그린스펀 의장이 임기를 1년 정도 남겨놓은 상태에서 후임 자리를 놓고 소문이 무성하다고 보도했다.
후임자로는 마틴 펠드스타인(하버드대 교수),로렌스 린지(전 백악관 경제보좌관),존 테일러(재무차관),벤 버난케(FRB 이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린스펀은 1987년 FRB 의장에 취임한 뒤 현재까지 5기를 연임하고 있으며 내년 1월에 물러난다.
그가 가시화되고 있는 레임덕을 막고 마지막 노익장을 다시 한번 과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