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안상수인천시장에 대한 1심 법원의 무죄선고로 '굴비상자 2억원' 사건은 일단락됐다. 인천지법 형사합의6부(부장판사 김종근)의 이날 무죄판결은 검찰이 직접적인 증거없이 뇌물공여자의 일방적인 진술, 정황과 추측(가정)만으로 수뢰사건 피의자를법정에 세워서는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일깨워줬다고 할 수 있다. 공사에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건설사로 부터 수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백청수 전 시흥시장이 지난해 11월 "공여자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로,또 현대비자금 3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재판부 직권으로 법정구속까지 됐던박광태 광주시장도 지난해 7월 역시 같은 이유로 각각 무죄선고를 받았다. 엄격한 증거제출을 요구하는 법원의 이러한 경향은 뇌물사건 뿐만 아니라 간접증거외에 직접 증거를 찾기어려운 불법 정치자금, 범행교사 사건등 형사사건 전반에걸친 것이어서 경찰과 검찰의 수사및 공소유지를 어렵게 하고 있다. 법원은 이번 선고에서, 뇌물(굴비상자)를 수 일간 보관했다 하더라도 내용물이'현금'이란 사실을 알지못한데다 뒤늦게 알고 시청 클린센터에 신고한 것은 뇌물수수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는 안 시장이 건설업체 대표인 이모(54.법정구속)씨로 부터 '굴비상자'를 제공받을 당시 '돈'이 아닌 '선물'정도로 알았다는 안 시장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재판부는 안 시장이 뒤늦게 굴비상자에 든 것이 현금임을 알고 클린센터에 신고한 것은 "돈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씨의 진술이나 굴비상자의 수수경위, 그 전후의 정황만으로, 안시장이 이씨가전달하려던 물건을 선물의 범위를 벗어난 직무와 관련한 뇌물이라고 인식하기는 거리가 있다는 게 재판부의 시각이다. 재판부는 또 '안 시장이 돈인줄 알았을 것'이란 이씨의 검찰 진술에 대해서도 "이씨가 전달하려는 물건에 대해 안 시장이 어떤 인식을 했을 것인지에 대해 일관성이 없고, 이씨 자신의 느낌에 의존한 추측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이씨가 2억원이나 되는 현금을 '굴비상자'에 넣어 전달하는 것 자체가 극히 이례적이어서 '돈'이라는 사실을 예측할 수 없는데다, 안 시장이 '굴비상자'에현금이 든 사실을 알고도 여동생 집에 전달하게 한 점도 상식밖이라고 봤다. 즉 안 시장이 '굴비상자'에 돈이 든 사실을 몰랐던 이상 '굴비상자'가 검찰이주장하는 고가의 대가성 있는 뇌물로 보기 힘들다는 결론이다. '굴비상자'를 전달할 당시 이씨가 구체적인 현안을 가지고 청탁할 단계도 아니었고, 실제 아무런 청탁도 없었다는 점은 직무와 관련한 금품수수로 볼 수 없다는것이다. 이번 판결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당연한 결과'라는 의견과 '매우 의외의 판결'이란 엇갈린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선고유예'를 점쳐온 법조인들 조차 "검찰의 공소사실 범위가 특정조차되지 않았고, 클린센터에 신고했던 점으로 봐서 무죄선고는 당연하다"면서도 이번판결에 주목하고 있다. 변호사 A씨는 "사실관계를 정확히는 몰라도 안시장이 돈을 받았다는 증거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증거가 없는데 무죄는 당연한 결과아니냐"고 말했다. 반면 또다른 변호사는 "안 시장이 거짓말을 수 차례 한 점 등으로 미뤄 충분히뇌물수수 혐의가 인정된다"며 "무죄선고에는 외적인 요소가 작용하지 않았겠느냐"고지적하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지정이후 외자유치 등 굵직한 현안 사업을 추진해야 할 안 시장이 실체관계가 불명확한 뇌물수수 혐의가 유죄가 선고돼, 시장 직무가 정지될 경우에 대한 우려가 많았던게 사실이다. (인천=연합뉴스) 김명균. 이준삼 기자 km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