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7일 내놓은 '2·17 수도권 주택시장 안정대책'은 판교신도시와 서울 강남 재건축단지 등의 국지적·일시적 불안이 지난 1년여간 애써 다잡아 놓은 집값안정 기조를 해칠 우려가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대책의 세부내용도 판교 청약과열 조짐과 강남 재건축의 투기수요를 최대한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세호 건설교통부 차관도 이날 "최근 집값 불안은 재건축 및 판교분양에 따른 기대심리가 주된 요인"이라며 "이번 대책은 정부의 집값안정 의지를 재확인하고 불안요인을 조기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업계나 전문가들도 판교신도시의 지나친 고가(高價) 분양이나 청약과열 현상과 재건축에 대한 투기심리를 억제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데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분양일정을 전격적으로 바꾸고 택지입찰자격을 강화하는 바람에 소비자나 주택건설업체들이 혼란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정책에 대한 신뢰도는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판교 당첨확률을 높이기 위해 청약통장이나 예치금액을 바꾼 청약대기자들이 상당수에 이른다"며 "11월 일괄분양으로 분양일정이 대폭 바뀌면서 내년 청약을 준비해온 수요자들은 결국 헛고생한 꼴이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집값 불안을 차단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언제 또다시 바뀔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함께 자칫 정책과 반대로 가면 된다는 불신감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중대형 택지에 대한 분양가·채권 병행입찰제의 경우 사실상 분양가를 간접규제하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분양가 자율화를 정부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판교 중대형 아파트 분양가를 평당 1천5백만원 이하로 묶을 수는 있겠지만 입주가 시작되는 2007∼2008년 말 이후에는 오히려 분양가와 실제 집값의 차이가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웃돈(시세차익)을 노리는 가수요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