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있었던 일이다. 골퍼 A씨가 주말에 경기도 가평의 크리스탈밸리CC에 갔으나 예약이 안 돼있고,동반자들도 보이지 않았다. 의아해한 A씨가 동반자들에게 전화해본 결과 일행은 인근의 프리스틴밸리CC에 가서 기다리고 있었다. 발음이 비슷한 탓에 A씨가 예약된 골프장을 잘못 들은 것이다. 골퍼들은 A씨와 같은 황당한 일을 앞으로도 당할 수 있을 것 같다. 비슷한 이름의 골프장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건설된 골프장일수록 외국어로 된 몇몇 명칭을 선호하면서 골퍼들에게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가장 흔한 것이 '밸리'(valley)다. 마이다스밸리 이스트밸리CC를 비롯 무려 12개 골프장이 밸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골프장 이름에 밸리가 많이 붙는 것은 국내 골프장이 대부분 산악에 건설되고 부르기 쉬운 점도 있지만,'파인밸리GC'등과 같은 외국의 유명골프장 명칭을 본뜬 것도 한 이유가 되고 있다. 밸리 다음으로는 '파인'(pine),'힐스'(hills),'힐'이 많다. 파인은 캐슬파인 파인크리크CC 등 7곳이,힐스 역시 세븐힐스 우정힐스CC 등 7곳이 각각 쓰고 있다. 힐은 버치힐 상떼힐CC 등 6곳의 골프장 이름에 붙어 있다. 그밖에도 골프장 명칭으로 많이 쓰이는 것은 '레이크''오션''렉스''스카이''랜드''크리크' 등이 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 한 관계자는 "최근 개장한 비슷한 이름의 골프장들이 많아 골퍼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면서 "특히 이름을 발음이 비슷한 외국어로 지은 일부 골프장은 '그 골프장이 그 골프장'인 듯한 인식을 심어주기 쉽다"고 말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