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제2단계 방카슈랑스 일정을 연기한 것은 보험설계사의 대량 실직에 대한 우려감이 보험료 인하에 따른 소비자 편익 증진이라는 취지보다 더 우세하게 작용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과정에서 보험설계사들은 투신사나 자산운용사의 수익증권을 판매할 수 있는 권한도 얻어 보험사의 입지는 더욱 강화됐다. 반면 은행들은 특정 보험회사의 상품을 팔 수 있는 한도가 49%에서 25%로 축소돼 방카슈랑스 영업에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 ◆연기 내용 및 배경=당초 오는 4월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던 제2단계 방카슈랑스를 3단계로 세분화해 시행키로 했다. 구체적으론 만기 때 환급금이 지급되지 않고 특약이 딸리지 않는 상품(상해,질병 간병보험 등)만 4월부터 허용키로 했다. 만기에 환급금이 지급되는 상품은 오는 2006년 10월부터,논란이 됐던 개인자동차보험 종신보험 CI(치명적 질병)보험 등은 오는 2008년 4월부터 각각 허용키로 했다. 당초 3단계로 예정됐던 업무용 및 영업용 자동차보험,퇴직보험,단체보험 등의 시행시기는 추후 결정키로 했다. ◆관련 제도 변경=이른바 '49%룰'을 '25%룰'로 변경,한 은행이 팔 수 있는 특정 보험사 상품의 한도를 25%로 낮췄다. 지분 15% 이상을 보유한 보험사의 판매비중은 합산해 33%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희색이 가득한 반면 은행들은 울상이다. 특정 보험사의 상품을 팔다가 중단하고 다시 파는 기형적 영업을 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KB생명과 ING생명의 지분을 갖고 있는 국민은행과 방카슈랑스 자회사를 설립한 하나은행 및 신한은행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보험설계사는 업무영역이 더욱 넓어졌다. 투신사나 자산운용사의 수익증권을 팔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엇갈리는 반응=대형 보험사들은 정부의 조치를 일제히 환영하는 모습이다. 방카슈랑스가 전면 유보되지는 않았지만 주력상품이 연기돼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반면 방카슈랑스를 통해 외형을 확장해 왔던 일부 중소형 보험사와 외국계 생보사는 당황하는 기미가 역력하다. 이번 방카슈랑스 연기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은행들은 "정부정책의 신뢰성에 상처를 남기고 소비자에 대한 편익 제공이라는 방카슈랑스의 당초 도입 취지를 퇴색시켰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