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이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억제 기능을 폐지하고 순수한 경쟁촉진기구로 거듭나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자 공정위가 정면 반박하면서 양측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재계와 공정위의 힘겨루기처럼 비치기도 하지만 이번 일은 결코 그런 차원에서 볼 사안이 아니다. 경제계 주장은 원래 공정거래법에 포함돼선 안될 무리한 규제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이를 없애 경쟁촉진이라는 본래의 기능으로 정상화시키자는 것이다. 공정위가 그 타당성을 부인하는 것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공정위는 대기업지배구조 등이 아직도 잘못돼 있기 때문에 당분간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으나 과연 기업지배구조를 정부가 다스리기 위해 공정거래법 영역으로 삼는 것이 정당한 것인지 따져볼 일이다.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면서 시장경제에 반하는 규제를 없애지 못하겠다고 한다면 도대체 무엇을 위한,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의아하게 만들 뿐이다. 사실 공정위가 경쟁촉진이라는 본연의 임무보다는 기업규제의 전위대 역할을 해왔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번에 전경련이 제시한 법률의 규제내용은 물론이고 위원회의 운영 내용이나 심결제도에 이르기까지 경쟁촉진보다는 처벌위주의 경쟁제한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출자총액제한제도가 이를 상징한다. 더욱이 필요에 따라 수시로 기준이 바뀌고 적용대상 자산규모 역시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는 판이니 정책의 일관성조차 찾기 어렵다. 강철규 위원장은 "2007년께 출자총액제한 폐지 등 기업정책 전반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했지만 2년 후엔 되는 일이 왜 지금은 안되는 것인지도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가 시장개혁 로드맵이란 것을 만들어 기업의 바람직한 소유구조나 경영방식을 일방적으로 정해놓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밀어붙이는 건 이해할 수가 없다. 이런 사안은 주주와 경영진 등 기업측이 알아서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형태를 선택하면 되는 것이지 정부가 감놔라 대추놔라 하며 간섭할 성질의 것도 아니고 그리 해서 잘 될 리도 만무하다. 정부가 '시장을 개혁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난센스다. 개발연대에 제정되면서 잘못 포함된 경제력집중 억제정책을 과감히 정리하고 경쟁촉진이란 본래 기능에 충실토록 공정법이 바뀌어야 한다. 미국 연방거래위(FTC)나 일본공정거래위처럼 공정경쟁촉진 역할에 충실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