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동해 건너편에 위치한 이시가와현에 지난 1일자로 하쿠산시가 재탄생했다. 마토시 및 하쿠산시와 6개 정,촌(한국의 군,읍에 해당) 등 8개 지자체가 통합돼 만들어졌다. 이들 지자체는 2003년 2월 합병협의회를 발족한 후 20차례에 걸친 협의 끝에 결실을 거뒀다. 새로운 시의 이름,지자체 공무원 감축 등 합병과정에서 난관도 많았다. 특히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마토시 주민들은 기존 시의 이름을 요구하면서 강력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자는 가토 마쓰오 시장(72)의 설득으로 하쿠산시에 시명을 양보해 합병에 골인하게 됐다. 작년 말 만난 가토 시장은 "통합으로 재정 효율이 크게 높아지게 됐다"면서 "하쿠산시의 온천 스키장 등 관광시설과 마토시의 농공업지대를 묶고 전통문화를 살려 국제적인 문화교육도시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일본정부가 2003년4월 합병 특례법을 만들어 지자체 통합을 유도하면서 전국적으로 대통합 바람이 불고 있다. 오는 3월 말 특례 적용 시한을 앞두고 연초부터 합병을 선언한 지자체들이 줄을 잇고 있다. 니가타현 조에쓰시는 금년 1월1일자로 14개 시,정,촌을 모아 대규모 합병에 성공했다. 4일 나가사키시도 6개 지자체를 묶어 새 출발을 했다. 주민들의 생활 편의와 행정 효율을 중심으로 합병 작업이 진행되면서 현(한국의 도) 경계를 넘어 통합되는 사례도 나타났다. 나가노현 야마구치촌의 경우 이웃한 기후현의 나카스가와시에 통합을 선언했다. 행정 구역은 나가노현에 속해 있지만 실제 생활 영역은 나카스가와시에 붙어 있기 때문이다. 다나카 나가노현 지사는 연초 기자회견에서 "우리 현의 땅을 다른 현에 넘기고 싶지 않지만,심사숙고한 끝에 지역 주민들의 희망을 반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쿠산시나 나카스가와시처럼 지자체 통합을 위해서는 단체장의 사심을 버린 결단이 중요하다. 지역 이기주의가 아니라 주민 편의와 행정 효율을 통한 경쟁력 향상에 대한 의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까지 지자체 통합작업은 상당한 성공을 거뒀다. 니가타현은 1백12개에서 39개,히로시마현은 86개에서 23개,에히메현은 70개에서 20개 등으로 지자체수가 3분의 1수준으로 줄어든 곳도 있다. 2000년 초 3천2백여개에 달하던 지자체 수는 3월 말까지 2천여개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