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7년 외환위기를 전후해 일부 대기업 경영진이 분식회계를 통해 1조원대의 불법대출을 받고,이 중 상당액을 부실계열사에 부당지원하거나 개인용도로 횡령한 사실이 또다시 밝혀졌다. 특히 일부 경영진은 회사돈을 빼돌려 축재한 것으로 드러나 '도덕적 해이'의 전형을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대검찰청 공적자금합동단속반(반장 강찬우 부장검사)은 17일 지난해 6월부터 올 1월까지의 7차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분식회계를 통해 금융기관으로부터 1조3천억원을 사기대출 받거나 회사돈을 빼돌린 책임을 물어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과 장동국 전 현대전자 부사장,김을태 전 두레그룹 회장 등 4명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반도체)는 특히 95년부터 2000년까지 원부자재를 수입한 것처럼 장부를 조작해 현금 4백36억원을 비자금으로 조성,임직원 명절 격려금이나 사건사고 합의금 등의 용도로 모두 사용했다. 검찰은 이 중 상당액이 2000년 4월 총선을 전후로 집중 인출된 점에 비춰 정치권 로비를 의심했지만 물증확보에는 실패했다. 검찰 관계자는 "대다수가 고 정몽헌 회장의 지시로 자금인출과 전달이 이뤄졌다고 진술하는 바람에 비자금의 최종용처를 파악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석원 전 회장(구속기소)은 97년 그룹 전체가 위기에 처하자 15대 국회의원직까지 사퇴하며 경영일선에 복귀한 케이스. 그러나 김씨는 구조조정으로 회사가 어수선한 틈을 타 회사자산을 빼돌렸다가 들통이 났다. 김씨는 32억원의 권리금이 붙어있던 중부·영동고속도로 휴게소 3곳을 2억4천만원에 사들이고 또 평창군과 제주도 임야 등을 자신의 개인비서나 처,누나 등의 명의로 숨겨놨다. 김 전 회장은 이 같은 행위로 회사에 약 3백10억원의 손실을 끼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98년 화의에 들어간 효성기계그룹의 조욱래 전 회장(불구속기소)은 전문 경영인에게 회사 빚 보증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으로 자신의 채무를 적극적으로 축소,결국 3년 간 1천6백50억원의 '개인빚'을 털어내는 이득을 취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현재 조씨가 최소 7백억원대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손해배상 소송 등을 통해 이를 환수토록 예금보험공사에 통보한 상태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