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여자프로복싱 세계챔피언 출신인 이인영(34)이 트럭운전사로 변신해 새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다. 이인영을 복서로 키웠던 김주병 루트체육관 관장은 "이인영이 세계챔프 도전에실패한 뒤 한동안 행방불명 상태였다. 최근 수소문해보니 충북 제천에서 트럭을 몰고 다니며 장사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고 18일 밝혔다. 지난 2001년 프로복싱에 입문하기 전까지 이인영은 봉제공장 보조에서 트럭운전까지 산전수전을 다 겪은 바 있어 트럭운전사라는 직업이 낯선 편은 아니다. 이인영은 자신의 예전 장사 경험을 되살려 제천 인근에 트럭을 몰고 다니며 야채 등을 팔며 생계를 꾸리고 있으며 변정일 프로모터의 종용에도 불구하고 링에 복귀할 생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 국제여자복싱협회(IFBA) 플라이급 타이틀을 획득한 이인영은 지난해 초전격 은퇴를 선언했다가 그해 6월 링에 복귀해 마리아나 호아레스와 챔피언 결정전에서 판정패한 뒤 자취를 감췄다. 특히 이인영은 호아레스와 타이틀전을 앞두고 매일 소주 2병씩을 마신 데다 경기 당일 새벽까지 술을 먹었다는 사실이 나중에 알려지는 바람에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김주병 관장은 "지난해 6월 이인영이 복귀를 선언했을 때 정신을 차릴 줄 알았는데 경기 당일까지 술을 마셨다는 말을 나중에 듣고 배신감을 느꼈다.행방불명된뒤 인영이가 울면서 몇 차례 전화했지만 따끔하게 혼냈다"고 섭섭함을 토로했다. 그는 "주변에서 링에 복귀시키자는 권유가 있지만 그런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이제 너무 나이를 먹은 데다 나 또한 너무 큰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이인영도 이제마음을 잡고 평범하게 살기로 작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