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역사상 가장 탁월했던 제국 하면 칭기즈칸의 몽골이 꼽히곤 한다.


몽골제국은 1백만명으로 유라시아 대륙의 1억명을 지배했는데 이를 가능케 한 몇 가지 특징은 다음과 같다.


40km마다 역(驛)을 거점으로 동서양을 잇는 연락망,4천km를 열흘 만에 주파하는 속도,타민족의 지식을 자신들의 약점 보완에 활용하는 지식경영,정복지의 특성과 문화를 존중하는 열린 사고,정착이 아닌 이동 중심의 사회 등이다.


어떤 사람들은 지식기반 사회에서의 생존을 위해서는 몽골의 유목민(nomad)적인 삶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경영혁명 제로 스페이스'(프랭크 레칸느 데프레·르네 티센 지음,성상현·이경아 옮김,푸른솔)는 경영의 언어로 마치 이를 입증하기라도 한 것 같은 책이다.


이 책의 주장은 매우 간단하다.


전통사회에서 제로는 아무 것도 아니지만 지식기반사회에서 제로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제로마인드를 가져야 하며 제로마인드가 살아 움직일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왜 제로인가.


그것은 시간과 공간의 경계선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인터넷으로 인해 사람들은 한 번의 클릭으로 세상을 여행한다.


이제 경영의 가장 중요한 대상은 실시간이다.


유형자산보다는 무형자산이 성패를 결정한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제공해야 하고 붙박이 계층구조는 없어져야 한다.


배타적이고 독불장군식인 기업 활동은 발붙일 데가 없다.


그래서 시간·오차·계층구조·배타성 등을 거의 제로로 만드는 제로마인드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제로마인드가 살아 움직이는 조직을 만들 수 있을까.


첫째는 네트워크 기반을 가진 조직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핵심역량을 중심으로 몸을 가볍게 해야 하고 그 다음은 가치창출에만 집중할 수 있는 주체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야 한다.


둘째는 성공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


성공적인 파트너십이란 네트워크의 각 주체들이 소유한 지식과 경쟁력을 서로 인정하고 활용해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셋째는 동일한 목적과 관심을 가진 주체들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 커뮤니티를 만들어야 한다.


커뮤니티는 참여하는 주체들에게 더욱 협력적이고 풍부한 분위기를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넷째는 정보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관리해야 한다.


정보기술 없이는 네트워크와 커뮤니티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불가능하다.


저자들이 실무와 이론을 겸비해서 그런지 이 책은 매우 실제적이면서도 이론적으로 잘 정리된 느낌을 준다.


특히 지식기반사회의 생존원리를 제로마인드,네트워크의 개념으로 설명한 것이 참신하다.


이 책은 조직의 벽을 과감하게 허물고 안전지대 바깥으로 나가보려는 CEO,관리자들에게 유용한 안내서이다.


또한 닷컴기업들의 거품이 꺼지면서 전통적인 관리 도구들을 슬그머니 꺼내려는 사람들에게 '제로'라는 개념으로 도전한다.


확실한 조직 변화를 위해 코페르니쿠스적인 관점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2백71쪽,1만8천원.


류지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