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내내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 과정에서의 '주인공'은 단연 이해찬 총리였다.


정부를 상대로 정책의 잘잘못을 따지는 대정부질문의 성격상 의원들의 목소리가 올라가고 정부측이 고개를 숙이는 과거 관례는 이 총리에 의해 여지없이 무너졌다.


의원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훈계와 고성은 오히려 이 총리의 몫이었다.


그러다보니 "이 총리의 원맨쇼장이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이 총리는 대정부질문 내내 딱 부러진 답변으로 의원들을 압도했다.


과거에 흔히 볼 수 있었던 "검토해 보겠다" 등의 '예우성 수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논리가 결여되거나 의도적인 공세성 질문에는 예외없이 언성을 높이며 의원들을 훈계했다.


또 특유의 숫자감각으로 야당의 공세를 무력화했다.


한 예로 야당 의원이 국민연금의 투자 문제점을 물고늘어지자 이 총리는 즉각 "국민연금 투자수익률이 지난해 5.7%까지 떨어졌다.


운영자금의 80%정도를 국채에 투자해왔는데 국채이자율이 5%대에서 조만간 3%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이런 상황에서 1백31조원의 국민연금을 국채에만 투자하는 것은 어림없다"고 반박했다.


이 총리의 이런 태도는 깐깐한 스타일에 5선 의원 출신 '실세총리'로서의 자신감에서 나온 것 같다는 분석이다.


그렇지만 정치권에서는 부정적 평가가 주류다.


한나라당은 "앞으로는 이 총리의 오만한 태도에 현장에서 적극 대응하겠다"며 '칼을 가는 모습'이고,여당 내에서조차 "실세총리도 좋지만 너무 오버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총리직을 맡은 후 대선주자 반열에 오른 이 총리가 차기를 겨냥해 독자적인 이미지 구축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는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