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은 좋든 싫든 중고교 시절을 대표하는 아이콘이다. 국내에 교복이 처음 등장한 것은 1886년.이화학당에서 4명의 학생에게 붉은 면 치마저고리를 만들어준 게 효시였다. 남학생 교복은 2년 뒤 배재학당에서 일본 학생복처럼 소매끝과 바지 솔기,모자에 청·홍선을 두른 당복을 입히면서 시작됐다. 한복과 양장을 오가던 교복은 광복 후 일정한 형태로 정착됐다. 여학생복은 감색 스커트와 세일러재킷에 하얀 칼라,남학생복은 목까지 올라오는 스탠드칼라의 군청색 재킷이 그것이다. 그래도 고교평준화 전인 1970년대 중반까지는 경기고의 다이아몬드 이름표,숙명여고의 겨울철 '몸뻬'바지처럼 학교별로 다소 달랐다. 평준화 이후엔 그러나 시도별로 색상과 디자인, 학년마크 모양까지 같아졌다. 그야말로 획일화된 틀속에 가뒀던 셈이다. 이런 와중에 1983년 교복자율화가 단행됐다. 청소년들의 심리적 위축감을 해소하고 개성과 책임의식을 고양시킨다는 목표였지만 빈부 격차에 따른 위화감 조성과 학생들의 일탈,가계부담 증가 등 부작용을 몰고 왔다. 결국 86년 2학기부터 학교장이 재량껏 교복 착용 여부 및 형태를 결정할 수 있도록 됐고,90년 8월엔 교복 착용이 권장되기에 이르렀다. 부활된 교복은 이전의 형태와 많이 달라졌다. 남학생은 목이 졸리던 스탠드칼라 대신 양복 형태의 재킷에 넥타이를 매고 여학생의 옷 색상과 디자인도 한결 예뻐졌다. 그래도 여학생은 치마 폭과 길이를 줄이고 남학생은 바지통을 좁힌다. 그러고도 교복이 굴레처럼 느껴지는지 졸업식장마다 밀가루를 뿌리고 찢은 교복 투성이다. 교복이 부활된 데는 위화감 해소 등 충분한 이유가 있다. 형식이 내용을 지배하는 만큼 교복을 입힘으로써 학생신분을 잊지 않고,애교심도 갖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똑같은 소재와 엇비슷한 모양,턱없이 비싼 가격 등 문제점도 적지 않다. 여학생에게 겨울에도 치마를 강요하는 곳도 있다. 같은 교복이라도 여름엔 반바지를 입히거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청바지를 도입해보는 건 어떨까. 여직원 유니폼의 경우 활동성을 살려 블라우스 대신 니트로 바꾼 곳도 많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