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레스토랑' 味와 美‥ 예향에 버무린맛 ‥ 군침이 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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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게 생긴 주택,한적한 분위기,전원풍의 오르막길‥
서울 한복판 평창동에 있는 미술관을 찾아가면 이런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그곳에는 근사한 레스토랑까지 있다.
예술작품을 감상하면서 맛을 음미하는 여유를 즐겨보면 어떨까.
서울 종로구 평창동 북한산 기슭의 가나아트센터 1층에는 '빌 레스토랑(02-3217-1090)'이 있다.
'장 미셀 빌모뜨(Jean Michel Wilmotte)'라는 프랑스 조각가의 이름을 따 '빌'은 레스토랑으로,'모뜨'는 카페로 꾸며놨다.
창문 너머 아담한 집들이 이국적이다.
자리에 앉으면 마음이 차분해지는게 좋다.
메뉴판은 잡다하지 않고 간결하다.
메뉴가 철따라 바뀐다는 것을 암시한다.
코스메뉴를 부탁한 뒤 벽에 걸린 그림과 조각품에 눈길을 준다.
놓여진 접시도 범상치 않다.
애피타이저와 수프,샐러드 등 나오는 음식마다 예술작품에 쏟는 정성의 손길이 느껴진다.
종업원들은 조리법과 재료 등을 자세히 설명해준다.
여기서는 메인 메뉴인 스테이크 재료로 최고급 쇠고기로 평가받는 '와규'종을 사용한다.
고기를 썰 때의 감촉과 연한 선홍빛이 주는 시각적인 자극,그리고 입으로 들어가는 순간 혀에 와닿는 육질의 연함이 최상이다.
오이피클도 시원하고 할라피뇨의 매콤함도 고기 맛을 잘 살려준다.
와인소스도 고기와 잘 어울린다.
디저트난에 '초코렛 퐁당'이 적혀 있다.
'퐁듀'도 아니고 '퐁당'은 무엇일까.
작은 무엇이 물에 빠질 때 나는 의성어란다.
케이크속에 초콜릿이 퐁당 빠져 있다는 뜻이다.
둥그런 케이크속에 초콜릿이 들어있고 그 위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얹혀져 나온다.
커다란 진주를 머금고 있는 조개가 떠오른다.
케이크가 따뜻해서인지 아이스크림이 녹으면서 초콜릿과 흘러 내린다.
그 맛에 '퐁당' 빠져버린다.
연중 쉬는 날이 없다.
오전 11시30분부터 저녁 10시까지 쉬는 시간없이 운영한다.
코스메뉴는 3만9천원부터 6만원까지 4종류가 있다.
청와대 앞 효자동에 자리잡은 '펠리치타(02-737-0002)'는 이탈리아 음식을 파는 아담한 레스토랑이다.
여기서는 수시로 미술작품 전시회를 연다.
주인이자 주방장인 나민주씨(40)는 원래 10년 넘게 미술기획 일을 해오다 3년간 준비한 끝에 이 식당을 열었다.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별로 없어 보인다.
식당 위치도 찾기 어려운데다 청와대 앞이라 식당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그래도 꿈은 1백년 이상 가는 식당을 만드는 것이란다.
흰색을 배경으로 미술작품들이 곳곳에 걸려 있다.
작품에 대한 세세한 설명은 안한다.
그냥 보고 느끼면 되기 때문이다.
기분에 따라,날씨에 따라,음식에 따라 그림은 다르게 다가온다.
음식솜씨는 기대 이상이다.
아마추어로 시작한 사람치고는 음식에 조예가 깊은 것 같다.
그는 이탈리아 음식을 자신의 스타일로 만든다.
'팀발로'에 청양고추를 넣는 식이다.
그래서 입맛에 더 맞는지 모르겠다.
디저트인 '아이스 판나꼬따'는 어른들을 위해 달지 않게 만든 초콜릿이다.
차게 해서 서비스된다.
즉석에서 갈아 만들어주는 원두커피와 곁들여 먹으면 일품이다.
유명 도예가들의 작품인 접시도 시각적인 즐거움을 더해준다.
점심 때 차를 가져갈 경우 미리 전화를 하면 나와서 주차를 해준다.
저녁에는 청와대 직원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