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美장기금리의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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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국 경제학계를 중심으로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인상 조치가 장기채 수익률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는 문제가 최대 쟁점이 되고 있다.
지난해 6월말 이후 연방기금금리는 1.5%포인트 인상된 반면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1%포인트 정도 하락했다.
여러 각도로 해석되고 있으나 우리 입장에서는 크게 두가지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하나는 이론대로 미국경기의 하강국면을 예고하는 것이냐와 다른 하나는 지금까지 점진적인 금리인상이 금융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면 앞으로는 보다 공격적으로 금리인상을 단행하는 쪽으로 해석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국채시장에서 정책금리와 장기채 수익률 혹은 장단기 수익률간의 격차가 줄어들거나 '단고 장저' 현상이 발생되면 앞으로 그 나라 경기가 하강국면에 접어들 것임을 예고하는 지표로 해석돼 왔다.
그만큼 경제주체들이 미래를 불투명하게 판단해 안전자산인 장기채 매입을 늘리기 때문이다.
올해 첫 연준회의 이후 미국 금융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을 미국경기의 본격적인 하강신호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렇지만 이번에 장기채 수익률이 떨어지는 요인을 따져보면 경기하강 신호로 받아들이는 시각과는 달리 해석해야 한다.
현재 미국은 금리를 인상하고 재정적자가 4천억달러를 넘는 점을 감안하면 정책적으로나 채권공급면에서 장기채 수익률을 떨어뜨릴 만한 요인은 없다.
결국은 금리인상 조치 이후에도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외환보유고 운용과 환율방어를 목적으로 미국 국채 매입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 장기채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요인이다.
또 하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의도적으로 장기채 수익률을 낮게 가져가려는 숨은 전략도 깔려 있다.
앞으로 미국경제가 지금의 성장세를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거품과 경상수지적자를 해결해야 하는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최근 들어 우려감이 부쩍 높아지고 있는 성장잠재력을 확충해야 한다.
1990년대 이후 미국경제의 호황국면을 성장동인별로 구분해 보면 제1기(91년 3월∼95년 3월)에는 구조조정,제2기(95년 4월∼98년 8월)는 강한 달러정책,제3기(98년 9월∼현재)는 인터넷과 같은 첨단기술업종 이후 아직까지 차세대 성장동인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결국 단기적으로 자산시장의 거품과 경상수지적자를 축소하고 중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인상한다 하더라도 장기채 수익률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말아야 한다.
만약 금리인상과 비례해서 장기채 수익률이 올라갈 경우 중장기적인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과제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 금융시장에서 금리인상이 장기채 수익률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고 있는 현상을 미국경기가 둔화되거나 앞으로 더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해 나갈 가능성이 높은 쪽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또 일부에서 그린스펀 의장의 레임덕 현상과 수수께끼(conundrum)로 비난하는 시각에도 동조하지 않는다.
앞으로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지난해 6월말 이후 유지해온 점진적인 금리인상 기조대로 현재 미국경제 여건을 감안해 적정하다고 파악되고 있는 3.5∼4% 수준(테일러 준칙 토대)까지 연방기금금리를 계속 인상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