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 캐릭터의 감정표현이 풍부해졌다.


마음만 맞으면 캐릭터끼리 껴안기도 하고 입을 맞추기도 한다.


성관계까지 가능한 기술도 개발됐다.


적을 향해 칼을 휘두르기만 하는 캐릭터는 옛말이다.


캐릭터의 감정표현은 이제 수만명이 동시에 즐기는 다중접속 역할수행 게임(MMORPG)의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


감정표현이 가장 다양한 게임은 최근 한국에서 공개 서비스에 들어간 미국 비벤디유니버설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다.


이 게임은 기쁨 슬픔 사랑 분노 등의 감정을 미소 탄식 호통 거절 애교 등 21가지로 표현할 수 있다.


게이머는 해당 아이콘을 클릭해 상대에게 표정과 몸짓으로 감정을 표시한다.


지난해 12월 공개 서비스에 들어간 나코인터랙티브의 MMORPG '라스트카오스'에는 이달 들어 5가지 감정 표현 기능이 추가됐다.


게이머는 캐릭터가 박수를 치게 하거나 상대에게 복종 또는 거절하는 등의 행위를 명령할 수 있다.


남자 캐릭터는 힘 자랑을,여자 캐릭터는 요염한 포즈를 취하기도 한다.


현재 비공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성인용 온라인게임 '리버스'는 애정표현에서 단연 돋보인다.


상대 앞에서 애교를 떨고 캐릭터끼리 포옹하는 것은 기본이고 마음에 드는 캐릭터와 입을 맞추고 진한 애무도 할 수 있다.


이 게임을 개발한 큐로드의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마음에 드는 캐릭터와 성관계까지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며 "다만 사회적인 파장이나 게이머들의 반응 등을 고려해 아직까지는 공개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게임 캐릭터의 감정표현이 풍부해진 것은 커뮤니티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캐릭터끼리 커뮤니티를 형성하거나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게임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캐릭터간 의사소통이나 감정표현 기능이 발달했다.


종래 채팅을 통해 호감이나 적대감을 전하던 게이머들은 이젠 캐릭터의 표정이나 몸짓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비벤디유니버설 관계자는 "무표정했던 캐릭터의 표정과 몸짓이 다양해졌다"며 "캐릭터의 감정표현이 풍부해짐에 따라 사냥과 전투에 집중돼 있는 온라인게임 문화도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