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인회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ihsong@kesco.or.kr > 역사적으로 유명한 전투에서 날씨는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했다. 아테네를 정복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킨 페르시아는 때마침 불어온 태풍으로 패배를 안게 됐으며,워털루전투에서 쏟아진 폭우는 나폴레옹군의 포병부대를 무력하게 했다. 우리 역사에서도 고구려가 수·당과의 전쟁에서 대승할 수 있었던 것이 요동지방의 겨울날씨를 적절히 활용한 결과였다. 그런데 이제는 날씨를 이용한 승리는 불가능해졌다. 이상기후로 인해 날씨가 더 이상 예측가능한 틀 안에서 변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후환경을 변화시키는 원인은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태양의 흑점 활동 등의 자연적인 요인에 영향을 받기도 하고,온실가스와 대기오염 등 인위적인 요인도 있다. 최근에는 인구가 밀집한 북반구의 중위도 부근,특히 동아시아와 한반도에서 뚜렷한 기후변화가 관측된다. 장마 기간이 짧아지고 폭우 빈도가 늘어나고 있는 반면,겨울이 따뜻해지고 기간도 짧아지고 있다. 겨울인데도 농작물의 2모작이 가능해졌고,한겨울에 개나리가 피기도 한다. 이런 현상들은 이상기후가 마치 우리 생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이게도 하지만,순리에 따르지 않는 것은 반드시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다. 아프리카 지역에서 지난 4년 동안 지속된 가뭄으로 4천만명이 기아에 직면하고 있고,2002년 독일 대홍수는 수많은 인명피해와 1백30억달러가 넘는 재산피해를 냈다. 또 지난 여름 유럽에서는 최악의 무더위로 2만명 이상이 유명을 달리해야 했다. 순리에 따르지 않아 생기는 부작용이 비단 날씨에 국한되는 것만은 아닌 듯하다. 지난해 우리 경제는 수출 2천5백억달러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하면서 호황에 들어서는 듯 했지만,내수부진에서 오는 경기침체는 전반적인 경제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수출이 증가되면 내수도 살아나야 맞겠지만,장기불황에서 오는 소비심리의 위축은 우리 경제가 순리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날씨든 경제든 사람의 힘으로는 어쩔 수는 없는 것이 있는 듯하다. 그러나 대자연의 질서에 거스르는 인위적 재앙은 예방과 대비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기상이변의 근본적인 원인인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추진하는 것과 동시에 온실가스 규제를 강화하는 등 재앙을 몰고 올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해 다각적인 연구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재해나 사고는 미리 경고하는 법이 없다. 정부와 기업,국민들은 이상기후 현상에 대해 인식을 새롭게 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